Top 34 죽음 에 관한 시 Trust The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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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하여 OST 모음집 | 가사 없는 PLAY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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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시 모음>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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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Á×À½ ¹¬»ó ½Ã ¸ðÀ½> – ´ç´ç´º½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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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시 모음> 박제영의 ‘저승길이 환해질 때’ 외 – 아름다운 시 – 나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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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시 모음> 박제영의 '저승길이 환해질 때' 외 - 아름다운  시 - 나동엽
<죽음에 관한 시 모음> 박제영의 ‘저승길이 환해질 때’ 외 – 아름다운 시 – 나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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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사람들 > 커뮤니티 > 좋은글 >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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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사람들 > 커뮤니티 > 좋은글 >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 외” style=”width:100%”><figcaption>문학과 사람들 > 커뮤니티 > 좋은글 >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 외</figcaption></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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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관련된 시 모음]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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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관련된 시 모음]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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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시학’은 그를 여전히 살아있는 시인으로 만들었다 : 책&생각 : 문화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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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죽음의 시학’은 그를 여전히 살아있는 시인으로 만들었다 : 책&생각 : 문화 : 뉴스 : 한겨레 김수영은 죽음을 우선 삶에 대한 각성의 계기로 삼았다. 이 점은 그의 초기 시 ‘공자의 생활난’에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시에서 그는 “동무여 이제 나는 … 한겨레, 한겨레 신문, 뉴스, 오피니언, 스페셜, 커뮤니티, 포토, 하니TV[거대한 100년 김수영] 24 죽음늘 죽음에 둘러싸여서도 피하지 않고 깊게 성찰독창적인 해석으로그만의 시학 완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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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시학’은 그를 여전히 살아있는 시인으로 만들었다 : 책&생각 : 문화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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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물고 달아난 도둑고양이: 시의 길을 따라 걷는 죽음의 풍경 – 송기호 – Google Sá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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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시간을 물고 달아난 도둑고양이: 시의 길을 따라 걷는 죽음의 풍경 – 송기호 – Google Sách Updating 영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삶에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는 죽음에 천착한다. 죽음은 살아 있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래서인지 많은 살아 있는 자들이 죽음을 쓰고, 그리고, 노래해왔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죽음을 다룬 영시를 선별하여 소개한다.죽음이 사랑하는 이를 더이상 볼 수 없게 되는 슬픈 사건이라는 단편적인 인식에서 더 나아가 죽음을 입체적으로 조망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이 곳곳에서 빛난다. 마치 길처럼 펼쳐진 영시에서 만나는 죽음의 풍경은 죽음이 두렵고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그때 진실한 삶의 얼굴이 드러난다.죽음의 풍경을 둘러보러 나섰던 저자가 산책을 마치고 알게 된 진실은 ‘삶에서 죽음이, 죽음에서 삶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삶-죽음의 순환 관계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재고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죽음은 유한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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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물고 달아난 도둑고양이: 시의 길을 따라 걷는 죽음의 풍경 - 송기호 - Google Sách
시간을 물고 달아난 도둑고양이: 시의 길을 따라 걷는 죽음의 풍경 – 송기호 – Google Sá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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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 시선 – 크리스티나 로세티 – Google Sá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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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mmary of article content: Articles about 로세티 시선 – 크리스티나 로세티 – Google Sách Updating …
  • Most searched keywords: Whether you are looking for 로세티 시선 – 크리스티나 로세티 – Google Sách Updating 크리스티나 로세티(Christina Georgina Rossetti, 1830∼1894)는 19세기 빅토리아 영국 사회의 남성 중심 이데올로기와 반여성주의 관습 속에서 독신 여성 시인으로서 여성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새로이 낸 독창적인 시인으로 꼽힌다. 오빠들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와 윌리엄 로세티(William Rossetti)를 포함해 7명의 화가, 조각가, 문인으로 출발한 라파엘 전파(Pre-Raphaelte Brotherhood)가 펼친 유미주의 예술 운동의 영향을 받으면서 시작(詩作) 활동을 했으며, 이들의 기관지에 시를 발표하고, 또 이들의 그림을 위해 모델을 하면서 일찍이 여성으로서 자기 세계를 파악하고 탐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 예술가가 주도하는 예술 세계의 모델이라는 독특한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남성 예술가에 한정된 당대의 예술 세계에서 여성 예술가로서 주체성을 더욱더 강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과 그 시대에 따른 예술적 표현의 한계를 간파한 그녀는 우회적인 기법과 전략을 선택해 당대의 눈을 거스르지 않는 체념과 인내의 시학을 구사한다. 이는 자기희생, 자기 유폐, 자기 부정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내세 지향적인 세계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말하자면 그녀는 고통, 죽음, 인내, 체념과 같은 마스크를 사용하고, 판타지와 알레고리 같은 형식을 사용하고, 죽은 자가 산 자를 엿본다거나 그림 속의 모델이 화가를 엿본다거나 하는 등 기존의 사고로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전도되고 전복된 시각을 작품 속에서 구사한다. 이는 그녀 자신이 당대의 남성적 시각의 검열을 교묘히 피하면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자신의 세계를 은밀히 내세우는 하나의 방법이었는데, 이는 그 자체로서 새롭고 혁신적인 시 기법이었다. 크리스티나 로세티는 자신의 시에서 대체로 삶에 대한 거부를 드러낸다. 그녀가 살고 있는 삶이 자신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할뿐더러 고통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 억압된 삶을 살아야 하고 질병으로 인해 고통스럽고 변절한 애인으로 인해 사랑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이 세상은 그녀가 존재하고 싶지 않은 세계다. 따라서 그녀는 현세를 부정하고 인생무상을 노래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체 세상사가 헛되고도 헛되다(vanity of vanities)’는 성경의 가르침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 허망함의 근저에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놓여 있다. 따라서 죽음은 그녀가 즐겨 다룬 주제다. 삶과 죽음, 세상과 인간, 그리고 많은 사물들에 대해 치열하게 숙고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각기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그녀에게 죽음은 유한한 모든 인간이 도달해야 하는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독신으로 살아가며 시를 쓰고, 사랑의 아픔을 경험하고, 폐결핵, 협심증, 그레이브스병, 암 등 많은 질병으로 고통스런 삶을 살았던 그녀에게 죽음은 그 어느 시인보다도 끊임없이 숙고하고 명상해야 할 크나큰 주제였다. 같은 시대의 여류 시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Elizabeth Barrett Browning)은 불치병이 있었음에도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을 만나 결혼을 하고 그와 참된 사랑을 주고받으며 여성적인 사랑의 시를 구가함으로써 당대에 사랑시의 대가로 유명해진 것과 달리, 크리스티나 로세티는 고독과 병고에 시달리며 종교적 절제 속에서 죽음의 시를 쓰며 일생을 보냈다. 이런 그녀에게 시 쓰기는 힘겨운 삶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 주는 친구였으며 힘겨운 난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애인이었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공표하는 대변자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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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티 시선 - 크리스티나 로세티 - Google Sách
로세티 시선 – 크리스티나 로세티 – Google Sá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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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시 모음>

<죽음에 관한 시 모음> 박제영의 ‘저승길이 환해질 때’ 외

+ 저승길이 환해질 때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이 골이 저 골 같고 저 골이 이 골 같아서

도무지 찾을 길 없는 길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오르시는가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표식도 없고 비석도 없어

도무지 경계 없는 무덤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찾으시는가

– 아버진 어찌 그리, 길도 무덤도 잘 찾으요?

– 늙으면 저승길이 환해지는 법이다

우거진 덤불과 웃자란 잡풀들

아버지, 낫으로 베어낼 때마다

조금씩 환해지는

알몸의 길이여

알몸의 무덤이여

(박제영·시인)

+ 해질 무렵 어느 날

꽃 지고 난 뒤

바람 속에 홀로 서서

씨를 키우고

씨를 날리는 꽃나무의 빈집

쓸쓸해도 자유로움

그 고요한 웃음으로

평화로운 빈손으로

나도 모든 이에게

살뜰한 정 나누어주고

그 열매 익기 전에

떠날 수 있을까

만남보다

빨리 오는 이별 앞에

삶은 가끔 눈물겨워도

아름다웠다고 고백하는

해질 무렵 어느 날

애틋하게 물드는

내 가슴의 노을빛 빈집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한가지 소원(所願)

나의 다소 명석한 지성과 깨끗한 영혼이

흙 속에 묻혀 살과 같이

문드러지고 진물이 나 삭여진다고?

야스퍼스는

과학에게 그 자체의 의미를 물어도

절대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억지밖에 없는 엽전 세상에서

용케도 이때껏 살았나 싶다.

별다른 불만은 없지만,

똥걸레 같은 지성은 썩어 버려도

이런 시를 쓰게 하는 내 영혼은

어떻게 좀 안될지 모르겠다.

내가 죽은 여러 해 뒤에는

꾹 쥔 십원을 슬쩍 주고는

서울길 밤버스를 내 영혼은 타고 있지 않을까?

(천상병·시인, 1930-1993)

+ 약력

그리움으로 피었다 지는 꽃

살아온 흔적 중에 빛나는 일만 적으라 하네

높은 지위

남에게 자랑하여 고개 숙일만한 일들을

요약해서 적는 것이 약력이라네

나이 들면서 자꾸 뒷 쪽을 바라보는 것은

덧셈보다 뺄셈에 능숙해지는

바람을 닮아가기 때문이라네

바람이라고 적을 수는 없네

떠돌이였다고 말할 수는 없네

태어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먼지처럼 쌓였다 사라져버린

그 수많은 날들을

나는 축약할 수가 없다

기억나지는 않으나

밥 먹고 잠들었던

잠들었다 부시시 깨어나던 동물의 날들을

나는 버릴 수가 없다

나는 약력을 쓰네

꿈이 꿈인 줄 모르고

꿈속을 헤매다가

꿈속에서 죽어서도

죽은 것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줄여서 약력을 쓰네

(나호열·시인, 1953-)

+ 국경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로

국경을 넘는다.

이탈리아를 지나면

스위스가 나타나고

프랑스가 나타난다.

그래, 그렇지.

이승의 국경을 넘으면

거기에도

나라는 있겠지.

호반이 있고

새들 지저귀는

숲이 있고

마을이 있겠지.

(손광세·시인, 1945-)

+ 임종 예습

흰 홑이불에 덮여

앰블런스에 실려간다.

밤하늘이 거꾸로 발 밑에 드리우며

죽음의 아슬한 수렁을 짓는다.

이 채로 굳어 뻗어진 내 송장과

사그라져 앙상한 내 해골이 떠오른다.

돌이켜보아야 착오 투성이 한평생

영원한 동산에다 꽃 피울 사랑커녕

땀과 눈물의 새싹도 못 지녔다.

이제 허둥댔자 부질없는 노릇이지…

“아버지 저의 영혼을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

시늉만 했지 옳게 섬기지는 못한

그분의 최후 말씀을 부지중 외우면서

나는 모든 상념에서 벗어난다.

또 숨이 차온다.

(구상·시인)

+ 한 늙은 농부의 기도

오늘도 저물었습니다.

밭에는 씨를 뿌렸고

논의 물꼬도 막았습니다.

올 농사도 당신이 거두어주소서.

저는 믿습니다.

해마다 당신은 거두어주셨지요.

당신이 원하시는 그 때에.

아내와 자식

며느리와 손자들

논밭의 곡식들

땅을 파는 이 손은 기억하고 있지요.

마른 논바닥 같은 이 손

당신이 꼭 쥐어주는 이 손

사람들은 두런거립니다.

땀에 찌든 이 몸뚱이 보고

개냄새가 난다고,

허리 굽은 이 몸뚱이 보고

무덤냄새가 난다고.

그래요, 그래요

그래도 저는 일을 하지요.

밤낮없이 일을 하지요.

당신이 여기 계시기에

당신이 그걸 원하시기에

이제 이 몸도

당신이 거두어주소서.

(김형경·시인, 1960-)

+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화려하게 꽃피는 봄날이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가을이 되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사고나 실수로 나를 찾아오지 않고

허락하신 삶을 다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하늘은 푸르고 맑아

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한 날이 되게 하소서

늙어감조차 아름다워 추하지 않고

삶을 뒤돌아보아도 후회함이 없고

천국을 소망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

쓸데없는 애착이나 미련이 없게 하소서

병으로 인하여 몸이 너무 쇠하지 않게 하여 주시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기력이 있고 건강한 때가 되게 하소서

나의 삶에 맡겨주신 달란트를 남기게 하시고

허락하신 사명을 감당하게 하시며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베풀며 살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주님의 구원하심과 죄의 용서하심과 사랑을

몸과 영혼으로 확신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가족들에게 웃음 지으며

믿음으로 잘 살아가라는 말과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게 하소서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순간 고요히 기도 드리며

나의 영혼을 주님께 맡기게 하소서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수의 패션쇼

강남 한복판에서 수의 패션쇼가 열렸다

죽음의 옷이 산 사람을 꿰입고

휘황찬란 조명 아래 활보한다

산 사람이 죽음의 옷 속에 담겨 조용히

전시중이다 사람들은

수의 위에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어댄다

조명발을 받은 수의는 이 세상처럼 환한데

수의 속 산 사람의 몸은 무덤처럼 캄캄하다

이제 죽음은

빙초산 맛 같은 불빛 아래 진열되는

상품이 되었다, 나는 후일

어떤 디자인에 맞춰 임종하게 될까

턱시도 수의, 드레스 수의, 무궁화 자수가 만발한

거들치마 수의

대로변에 버젓이 검은 입 벌리고 대기중인 납골묘

아직 새파란 사람들이 저축하듯 유서를 쓰고

영원한 안식인 죽음은

죽은 몸 부릴 곳조차 없다, 상여 붙잡고 울 틈도 없이

무대 위로 불려 올라가 번쩍번쩍 요란한

박수 소리만 흘려 보낸다

(이해리·시인, 경북 칠곡 출생)

+ 죽음을 사랑합니다

왜 이렇게 열렬히 사랑하는지 당신 잘 이해 못 하시는군요. 그건 제가 죽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뿐인 삶으로, 매순간 제 죽음으로, 당신 전부를 사랑하기에 그토록 뜨거운 겁니다. 당신 만날 때마다 매번 죽고 싶다고 말하는 건 당신이 너무나 소중하단 뜻입니다. 단 하나 목숨으로 당신 우주처럼 사랑하고 싶지만 그에 못 미칠 때 절망합니다. 당신 또한 단순히 절 사랑하는 게 아니라 제게 삶의 가장 빛나고 화려한 생명의 순간을 죽음으로 주신다는 걸 압니다. 청춘이 죽고 삶이 죽어지지 않는 거라면 우리 사랑 이토록 슬프고 간절하진 못할 겁니다. 아시겠지요? 전 매순간 제 죽음으로 당신 삶을 불태우듯 사랑합니다.

(김하인·소설가, 1962-)

+ 쉬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문인수·시인, 1945-)

축복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큰 축복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마지막이 있다는 것.

문득 그 끝에 선

흰 수염의 인자한 얼굴이

웃고 있다.

(서정윤·시인, 1957-)

+ 영혼

어느 날엔가 우리는 배우게 되리

영혼으로 얻은 그 무엇도

죽음이 훔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타고르·인도의 시인이며 철학자, 1861-1941)

+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시인, 1930-1993)

+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오늘부터 계속해서 하느님께서 원하실 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곳에서,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

내 말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대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죽음은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곳에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올 것입니다.

우리의 누이, 죽음이여,

환영하노라!

(작자 미상)

+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죽음은 영원한 쉼표,

남은 자들에겐

끝없는 물음표,

그리고 의미 하나,

땅 위에 떨어집니다

어떻게 사느냐는

따옴표 하나,

이제 내게 남겨진 일이란

부끄러움 없이 당신을 해후할

느낌표만 남았습니다.

(김소엽·시인, 1944-)

+ 이제 와 우리 죽을 때에

하느님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제 남은 길이 아무리 참혹해도

다 받아들이고 그 길을 따를 테니

제가 죽을 때 웃고 죽게만 해 주세요.

다른 거는 하나도 안 바랄게요.

그때가 언제라도 좋으니

˝저, 잘 놀다갑니다.˝

맑은 웃음으로 떠나게만 해 주셔요.

저도 제 사랑하는 이들께

삶의 겉돌기나 하는 약속 따윈 하지 않을게요.

오직 한가지만 다짐할게요.

우리 죽을 때 환한 웃음 지으며 떠나가자고

˝고마웠습니다. 저 잘 놀다갑니다˝

그렇게 남은 하루하루 남김없이 불살라가자고.

(박노해·시인, 1958-)

+ 그날이 왔을 때

놀이터에서 어린아이가

모래 장난을 한참 하다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 즈음

엄마 목소리를 듣고 손에 묻은 모래를

탁탁 털고 기쁘게 달려가는 모습처럼,

제가 이 세상 삶을 떠나야 할 때

이런 모습으로 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삶 안에서 강한 애착 집착을 보이는

제 모습을 보면

막상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날이 왔을 때

떠나지 못해 울고불고 손놓지 못하면

그 모습 때문에 얼마나 더 아플까…

많이 두렵답니다.

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은 것처럼

더욱더 사랑할 수 있기를

주님께서 온통 내 안을 차지하시기를

두 손 모읍니다.

(작자 미상)

+ 오 로사리오

오 로사리오,

마리아가 축복하신

감미로운 구슬

우리를 하느님과 만나게 하고

천사들과 하나 되게 이어주는

사랑의 고리

지옥의 공격에 맞서는

구원의 탑

모든 난파선에 안전한 항구인

너에게서 나 이제 더 이상

벗어나지 않으리라.

죽음의 순간에

너는 우리의 힘

우리 죽을 때에

우리 삶의 마지막 입맞춤을

너에게 바치리라.

(바르톨로 롱고)

+ 마지막 손님이 올 때

올해도 많은 이들이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주님

눈물의 샘이 마를 겨를도 없이

저희는 또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떠난 이들의 쓸쓸한 기침 소리가

미루어둔 기도를 재촉하곤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예고 없이 찾아올 손님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아직 살아 있는 저희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헤아려 볼뿐입니다.

그 낯선 얼굴의 마지막 손님을

진정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을까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가

상상보다는 어렵더라는

어느 임종자의 고백을 다시 기억하며

저희 모두 지상에서의 남은 날들을

겸허하고 성실한 기도로 채워가게 하소서

하루에 꼭 한번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화해와 용서를 먼저 청하는

사랑의 사람으로 깨어 있게 하소서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듯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지혜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당신의 은총 없이는

죽음맞이를 잘할 수 없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저의

믿음 또한 깊지 못해

깊은 회개를 미루는 저희입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을

오늘도 함께 봉헌하며 비옵니다.

삶과 죽음을 통해서

빛과 평화의 나라로

저희를 부르시는 생명의 주님

당신을 향한 날마다의 그리움이

마침내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부활의 기쁨으로 열매맺게 하소서.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화려하게 꽃피는 봄날이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가을이 되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사고나 실수로 나를 찾아오지 않고

허락하신 삶을 다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하늘은 푸르고 맑아

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한 날이 되게 하소서

늙어감조차 아름다워 추하지 않고

삶을 뒤돌아보아도 후회함이 없고

천국을 소망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

쓸데없는 애착이나 미련이 없게 하소서

병으로 인하여 몸이 너무 쇠하지 않게 하여 주시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기력이 있고 건강한 때가 되게 하소서

나의 삶에 맡겨주신 달란트를 남기게 하시고

허락하신 사명을 감당하게 하시며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베풀며 살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주님의 구원하심과 죄의 용서하심과 사랑을

몸과 영혼으로 확신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가족들에게 웃음 지으며

믿음으로 잘 살아가라는 말과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게 하소서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순간 고요히 기도 드리며

나의 영혼을 주님께 맡기게 하소서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죽음 묵상 시 모음>

<죽음 묵상 시 모음> 작자 미상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외

+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오늘부터 계속해서 하느님께서 원하실 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곳에서,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

내 말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대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죽음은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곳에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올 것입니다.

우리의 누이, 죽음이여,

환영하노라!

(작자 미상)

+ 죽음 앞에서

태어난 것이 나요

죽는 것이 나인데

사는 것은 정녕 나인가?

(작자 미상)

+ 죽어서

장군은 칼이 되고

제왕은 능이 되고

부자는 울타리 되고

가난은 돌이 되고 모래가 되고

나는 구름이 되어

좋은 바람 만나 천릿길 가리

무덤에 타는 풀잎에 비나 되리

(김광섭·시인, 1905-1977)

+ 고인돌

죽음이 너무나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 두었다.

그의 귀가 너무 밝아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

(염창권·시인, 1960-)

+ 마지막 지상(地上)에서

산까마귀

긴 울음을 남기고

해진 지평선을 넘어간다

사방은 고요하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의 넋이여,

그 나라의 무덤은

평안한가.

(김현승·시인, 1913-1975)

+ 진흙의 사람

아일랜드에서는 이런 점을 친다지

접시에 반지, 기도서, 물, 진흙, 동전을 담아

눈을 가린 술래에게 하나를 집게 하는데

반지를 집으면 곧 결혼하게 하고

기도서를 집으면 수도원에 가게 되고

물을 집으면 오래 살게 되고

진흙을 집으면 곧 죽게 되고

동전을 집으면 엄청난 부자가 된다지

내가 집어든 것은 진흙,

차갑고 축축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손끝에 느껴질 때

그것이 죽음이 만져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조금 놀라기도 하지

그러나 우리는 오래 전 진흙으로 빚어진 사람,

아침마다 세수하면서 그 감촉을 느끼곤 하지

물로 씻어낼 때마다 조금씩 닳아가는 진흙 마스크를

잘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루를 시작하지

아일랜드에 가지 않아도

반지, 기도서, 물, 진흙, 동전을 담은 접시는

식탁이나 선반 위에 늘 놓여 있지

내가 집어든 것은 진흙,

그것으로 빚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고

진흙이 마르는 동안 갈라지는 슬픔 또한 기다리고 있으니

나는 눈 어두운 진흙의 사람,

그러니 내 손이 진흙을 집어들더라도

부디 놀라지 말기를!

가렸던 눈을 다시 뜬다 해도

나는 역시 한 줌의 진흙을 집어들 것이니!

(나희덕·시인,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 영정(影幀)의 말

일평생 독신을 고집하다

불치의 병을 얻어 떠나는 61세의 영혼

후손 없는 영안실은 썰렁하기만 한데

저승의 문턱 넘어가면서도

눈부신 미소로 웃고 있습니다

저토록 아름다울 수가 ……

그때 눈빛 마주친

영정 안의 망자가 입을 열어 전해줍니다

덧없는 인생 살아 있을 동안

후회 없이 사랑해야 한다고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기회 있을 때

행복의 숲길 자유롭게 걸어야 한다고

생생하게 전해들은 망자의 말

이 세상에 꼭 한 사람

그대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붉은 해 서산에 지고 있습니다

어둠 찾아오기 전

별빛 사라지기 전

뜨겁게 사랑하십시다

(손희락·평론가 시인, 대구 출생)

+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조문(弔問)을 가면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어라

‘오늘은 내 차례요, 내일은 네 차례다’

무례치 않다면 관속에 누운 시신을 보라

한줌 흙으로 먼지로 돌아갈 한낱 물체이더냐

몸을 형성하던 원소들이 바로 너였더냐

값으로 환산되는 몇 푼 안 되는 물질이었더냐

모든 존재의 마지막 돌아가야 할 원형인 흙은

화해와 용서로 하나 되는 제단인 것을

네 장례식에 참여한 친인척과 벗들은

그들은 너에게 누구인가

너는 지금 그들에게 무엇인가

한 사람이 가고 나면 음영(陰影)도 없지 않는가

그대 있었기에 그만큼 세상은 밝았고

그대 숨결이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너는 밤이면 어김없이

우리 인생 여정의 밤길을 비추는

반짝이는 한 별로 떠 있고 싶을 게다

(김홍언 요한 보스꼬·신부)

+ 언젠가는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조은·시인, 1960-)

+ 어머니는 수의를 거풍시키신다

환하게 피워 올린 목련꽃 옆에서

빨랫줄에 걸린 흰옷이 펄럭인다

어머니는 일 년에 한 번씩

수의를 거풍시키신다

서랍 속에서 꽃 피우길 기다렸다가

바지랑 끝에서 날리는 삼베 조각들

한때 꽃이던 시절 있었다고

준비해둔 수의를

봄날마다 목련 꽃잎과 견주시면

안동포 조각들이 목련 빛으로 물이 든다

변변한 옷 한 벌 없이 사시다가

큰 맘 먹고 구입하신

평상시엔 입지도 못하는 옷,

꽃이 진 자리에서

더욱 빛나는 당신은

앙상한 손길로

남은 생을 미리 다독이신다

수의가 내다 걸린 하늘가

적멸로 가득차다

(김선호·시인, 충남 공주 출생)

+ 닿고 싶은 곳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슬픈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다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

(최문자·시인, 1947-)

+ 아버지의 팔자

‘야들아, 나는 가만히 앉아서 먹고 자고 테레비나 보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팔자가 상팔자다’던 아버지

그 좋은 팔자 2년도 지긋지긋했던 모양이네

온 식구들 불러모아 놓고

사돈에 육촌아재까지 불러놓고

그것도 부족해서 내 친구들까지 죄다 불러놓고

큰 홀 빌려서 사흘 밤낮 잔치를 베푸시네

배포 큰 우리 아버지

우리에게 새 옷도 한 벌씩 척척 사주고

아버지도 백만 원이 넘는 비싼 옷으로 쫘-악 빼 입으시고

한 번도 타보지 못했던 리무진까지 타시고

온 식구들 대절버스에 줄줄이 태우고

수원 찍고 이천으로 꽃구경까지 시켜주시네

간도 크셔라 우리 아버지

이천 만원이 넘는 큰돈을

삼일만에 펑펑 다 써버리고

우리들 볼 낯이 없었던지

돌아오시질 않네

잔치는 끝났는데…

아마도 우리 아버지 팔자 다시 고쳤나 보네

(김나영·시인, 1961-)

+ 돌아간다, 돌아온다

계절이 돌아온다

사람이 돌아온다

일하러 나갔던 가장이 저녁이면 집으로 들어오고

학교로 일터로 나갔던 아이들 밤이면 어김없이 들어온다

돌아간다,

아버지 고향에 묻히시고

추석에 찾고, 봄이 돌아와 기일에 찾은 무덤가

제비꽃, 조개나물, 구슬봉이 봄맞이꽃

앙증맞게 지상 위로 돌아와 자식보다 먼저 앉아 있다

아버지는 먼저 가신 큰 아버지 곁, 작은 아버지 곁,

하나님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 계시니

세상 살다 가는 것 두려움도 아쉬움도 없겠다

모두 돌아가고 돌아오는 길가에 우리가 있으니

산으로 물로 하늘로 돌아가는 것

오늘 또 어느 산자락에 무슨 꽃은

이 계절을 찾아와 피어 웃고 있을까

돌아가는 길, 돌아오는 길가에

그저 한 송이 꽃과 눈 맞추고 싶은 봄날

한 생각 위로 구름이 소리없이 제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구꾹, 꾸꾹 산에서 들리던 새 소리는 또

어느 숲 휘어진 길을 따라가고 있을까

(김영림·시인)

+ 누구든 떠날 때는

누구든 떠날 때는

한여름에 모아둔 조개껍질이 가득 담긴 모자를 바다에 던지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사랑을 위하여 차린 식탁을 바다에다 뒤엎고

잔에 남은 포도주를 바다 속에 따르고

빵을 고기떼들에게 주어야 한다

피 한 방울 뿌려서 바닷물에 섞고

나이프를 고이 물결에 띄우고

신발을 물 속에 가라앉혀야 한다

심장과 달과 십자가와, 그리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언제 오는가?

묻지는 마라.

(Bachmann)

+ 어떤 식목

사각의 관(棺) 하나를 땅에 심었네 슬픔은 모르는 척 한줌의 흙으로 던져졌네 사람들은 몸 속에서 투명한 울음을 꺼내 골고루 뿌려주었네 그의 생은 흠뻑 젖었네

한 장의 햇살이 달려왔네 그의 생애를 따뜻하게 덮어주었네 그는 작은 씨앗 하나로 돌아갔네 그 씨앗 속에 혼돈과 좌절과 영광으로 우거진 거대한 숲이 밀봉되어 있네

(손순미·시인, 1964-)

+ 죽음을 바라보며

제게 손을 놓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승의 삶을 부여잡으려는 저의 환상과

두려움과 집착과 열망을

당신은 너무나 잘 알고 계십니다.

저는 믿습니다.

당신께서 보시기에 가장 좋을 때

당신께서 저를 부르실 것이라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당신 사랑이

제가 미처 끌어안을 수 없는 기쁨을

제게 마련하시리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저의 모든 잘못들을 용서하시리라는 것을.

그런데, 그런데, 아직도

부서진 장난감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아이처럼

저는 손을 놓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알지 못하고 낯선 까닭에 무섭습니다.

당신이 제게 빛을 약속하신 그곳에서 저는 단지 어두움만을 바라봅니다.

참 삶이 시작되는 그곳에서

저는 단지 삶의 끝장만을 바라봅니다.

당신은 저의 인간적인 집착을 이해하십니다

저의 불완전한 감각을 이해하십니다.

저를 지으시고 자라게 하신 분은 바로 당신이시기에

제게 느낌과 환상을 주신 분도 바로 당신이시기에

당신은 보고 계십니다.

제가 붙잡혀서, 이끌려서

제가 알지 못하는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함을

저의 기력은 쓰러지고

저의 총명도 소용이 없습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저와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당신만이, 오로지 당신만이

끝없는 사랑이시기에

늘 그러하셨듯이 제 곁에 함께 계실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고독한 여정의 황혼에서,

당신께서 저를 붙잡으시고

저를 이끄시며,

저를 받아들이시고

저의 부서진 형체를 다시 맞추실 것입니다.

당신 앞에

저는 아무런 비밀이 없습니다

두려움이나 부족한 답변을 감추지 않습니다

이상하게도

약함과 힘없음과 두려움이

당신 앞에서는 아무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 것도 부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당신 팔 안에 잠들기를 원합니다.

그리하여, 영원한 빛 안에서 깨어나기를.

저는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하느님, 무한히 자비하신 나의 하느님

저는 믿습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눈이 볼 수 없고

귀가 듣지 못하는 것을

당신께서 죽음 너머에 저를 위해 마련해 놓으신 것을.

당신의 이름 안에

저는 내어놓습니다. 생의 남은 시간을.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여기 대령하였나이다!

저의 마지막 여정에 내내 함께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영원히 당신과 함께 머무를 집으로.

(작자 미상)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죽음에 관한 시 모음> 박제영의 ‘저승길이 환해질 때’ 외

<죽음에 관한 시 모음> 박제영의 ‘저승길이 환해질 때’ 외

+ 저승길이 환해질 때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이 골이 저 골 같고 저 골이 이 골 같아서

도무지 찾을 길 없는 길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오르시는가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표식도 없고 비석도 없어

도무지 경계 없는 무덤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찾으시는가

– 아버진 어찌 그리, 길도 무덤도 잘 찾으요?

– 늙으면 저승길이 환해지는 법이다

우거진 덤불과 웃자란 잡풀들

아버지, 낫으로 베어낼 때마다

조금씩 환해지는

알몸의 길이여

알몸의 무덤이여

(박제영·시인)

+ 해질 무렵 어느 날

꽃 지고 난 뒤

바람 속에 홀로 서서

씨를 키우고

씨를 날리는 꽃나무의 빈집

쓸쓸해도 자유로움

그 고요한 웃음으로

평화로운 빈손으로

나도 모든 이에게

살뜰한 정 나누어주고

그 열매 익기 전에

떠날 수 있을까

만남보다

빨리 오는 이별 앞에

삶은 가끔 눈물겨워도

아름다웠다고 고백하는

해질 무렵 어느 날

애틋하게 물드는

내 가슴의 노을빛 빈집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한가지 소원(所願)

나의 다소 명석한 지성과 깨끗한 영혼이

흙 속에 묻혀 살과 같이

문드러지고 진물이 나 삭여진다고?

야스퍼스는

과학에게 그 자체의 의미를 물어도

절대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억지밖에 없는 엽전 세상에서

용케도 이때껏 살았나 싶다.

별다른 불만은 없지만,

똥걸레 같은 지성은 썩어 버려도

이런 시를 쓰게 하는 내 영혼은

어떻게 좀 안될지 모르겠다.

내가 죽은 여러 해 뒤에는

꾹 쥔 십원을 슬쩍 주고는

서울길 밤버스를 내 영혼은 타고 있지 않을까?

(천상병·시인, 1930-1993)

+ 약력

그리움으로 피었다 지는 꽃

살아온 흔적 중에 빛나는 일만 적으라 하네

높은 지위

남에게 자랑하여 고개 숙일만한 일들을

요약해서 적는 것이 약력이라네

나이 들면서 자꾸 뒷 쪽을 바라보는 것은

덧셈보다 뺄셈에 능숙해지는

바람을 닮아가기 때문이라네

바람이라고 적을 수는 없네

떠돌이였다고 말할 수는 없네

태어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먼지처럼 쌓였다 사라져버린

그 수많은 날들을

나는 축약할 수가 없다

기억나지는 않으나

밥 먹고 잠들었던

잠들었다 부시시 깨어나던 동물의 날들을

나는 버릴 수가 없다

나는 약력을 쓰네

꿈이 꿈인 줄 모르고

꿈속을 헤매다가

꿈속에서 죽어서도

죽은 것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줄여서 약력을 쓰네

(나호열·시인, 1953-)

+ 국경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로

국경을 넘는다.

이탈리아를 지나면

스위스가 나타나고

프랑스가 나타난다.

그래, 그렇지.

이승의 국경을 넘으면

거기에도

나라는 있겠지.

호반이 있고

새들 지저귀는

숲이 있고

마을이 있겠지.

(손광세·시인, 1945-)

+ 임종 예습

흰 홑이불에 덮여

앰블런스에 실려간다.

밤하늘이 거꾸로 발 밑에 드리우며

죽음의 아슬한 수렁을 짓는다.

이 채로 굳어 뻗어진 내 송장과

사그라져 앙상한 내 해골이 떠오른다.

돌이켜보아야 착오 투성이 한평생

영원한 동산에다 꽃 피울 사랑커녕

땀과 눈물의 새싹도 못 지녔다.

이제 허둥댔자 부질없는 노릇이지…

“아버지 저의 영혼을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

시늉만 했지 옳게 섬기지는 못한

그분의 최후 말씀을 부지중 외우면서

나는 모든 상념에서 벗어난다.

또 숨이 차온다.

(구상·시인)

+ 한 늙은 농부의 기도

오늘도 저물었습니다.

밭에는 씨를 뿌렸고

논의 물꼬도 막았습니다.

올 농사도 당신이 거두어주소서.

저는 믿습니다.

해마다 당신은 거두어주셨지요.

당신이 원하시는 그 때에.

아내와 자식

며느리와 손자들

논밭의 곡식들

땅을 파는 이 손은 기억하고 있지요.

마른 논바닥 같은 이 손

당신이 꼭 쥐어주는 이 손

사람들은 두런거립니다.

땀에 찌든 이 몸뚱이 보고

개냄새가 난다고,

허리 굽은 이 몸뚱이 보고

무덤냄새가 난다고.

그래요, 그래요

그래도 저는 일을 하지요.

밤낮없이 일을 하지요.

당신이 여기 계시기에

당신이 그걸 원하시기에

이제 이 몸도

당신이 거두어주소서.

(김형경·시인, 1960-)

+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화려하게 꽃피는 봄날이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가을이 되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사고나 실수로 나를 찾아오지 않고

허락하신 삶을 다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하늘은 푸르고 맑아

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한 날이 되게 하소서

늙어감조차 아름다워 추하지 않고

삶을 뒤돌아보아도 후회함이 없고

천국을 소망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

쓸데없는 애착이나 미련이 없게 하소서

병으로 인하여 몸이 너무 쇠하지 않게 하여 주시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기력이 있고 건강한 때가 되게 하소서

나의 삶에 맡겨주신 달란트를 남기게 하시고

허락하신 사명을 감당하게 하시며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베풀며 살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주님의 구원하심과 죄의 용서하심과 사랑을

몸과 영혼으로 확신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가족들에게 웃음 지으며

믿음으로 잘 살아가라는 말과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게 하소서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순간 고요히 기도 드리며

나의 영혼을 주님께 맡기게 하소서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수의 패션쇼

강남 한복판에서 수의 패션쇼가 열렸다

죽음의 옷이 산 사람을 꿰입고

휘황찬란 조명 아래 활보한다

산 사람이 죽음의 옷 속에 담겨 조용히

전시중이다 사람들은

수의 위에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어댄다

조명발을 받은 수의는 이 세상처럼 환한데

수의 속 산 사람의 몸은 무덤처럼 캄캄하다

이제 죽음은

빙초산 맛 같은 불빛 아래 진열되는

상품이 되었다, 나는 후일

어떤 디자인에 맞춰 임종하게 될까

턱시도 수의, 드레스 수의, 무궁화 자수가 만발한

거들치마 수의

대로변에 버젓이 검은 입 벌리고 대기중인 납골묘

아직 새파란 사람들이 저축하듯 유서를 쓰고

영원한 안식인 죽음은

죽은 몸 부릴 곳조차 없다, 상여 붙잡고 울 틈도 없이

무대 위로 불려 올라가 번쩍번쩍 요란한

박수 소리만 흘려 보낸다

(이해리·시인, 경북 칠곡 출생)

+ 죽음을 사랑합니다

왜 이렇게 열렬히 사랑하는지 당신 잘 이해 못 하시는군요. 그건 제가 죽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뿐인 삶으로, 매순간 제 죽음으로, 당신 전부를 사랑하기에 그토록 뜨거운 겁니다. 당신 만날 때마다 매번 죽고 싶다고 말하는 건 당신이 너무나 소중하단 뜻입니다. 단 하나 목숨으로 당신 우주처럼 사랑하고 싶지만 그에 못 미칠 때 절망합니다. 당신 또한 단순히 절 사랑하는 게 아니라 제게 삶의 가장 빛나고 화려한 생명의 순간을 죽음으로 주신다는 걸 압니다. 청춘이 죽고 삶이 죽어지지 않는 거라면 우리 사랑 이토록 슬프고 간절하진 못할 겁니다. 아시겠지요? 전 매순간 제 죽음으로 당신 삶을 불태우듯 사랑합니다.

(김하인·소설가, 1962-)

+ 쉬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문인수·시인, 194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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