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14 과학 혁명 의 구조 요약 29995 Votes This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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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는 말 그대로 과학에 대한 혁명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 역사학자인 랑케가 언급했던 것처럼 “인간의 정신은 그대로이나 과학은 발전한다”라는 점에서 과학은 항상 발전하고 있다. 과학이 발전한다는 것은 점진적으로 열등에서 우월로 향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토마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 한방에 요약 정리하기 ┃ What’s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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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토마스 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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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토마스 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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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과학혁명의 구조(토머스 쿤) 요약 및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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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과학혁명의 구조(토머스 쿤) 요약 및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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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노트 :: 과학 혁명의 구조 – 책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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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노트 :: 과학 혁명의 구조 - 책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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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 성균관대학교 오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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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 성균관대학교 오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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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by 토머스 새뮤얼 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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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by 토머스 새뮤얼 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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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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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편집]

주요 개념[편집]

과학적 진보에 대한 쿤의 의견[편집]

영향[편집]

비판[편집]

판본[편집]

각주[편집]

과학혁명의 구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과학혁명의 구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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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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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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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토머스 쿤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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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토머스 쿤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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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 Not Accep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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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토마스 쿤

토마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작년에 한번 봤던 작품이기는 하지만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을 따라 기회가 될 때 한번 더 읽게 되었다. 확실히 책이라는 게 처음 볼 때랑 다시 한번 볼 때랑 다르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

예전에 존재와 시간을 볼 때도 일 년 텀을 두고 본 적이 있었는데, 과학혁명의 구조도 마찬가지로 일 년 뒤에 읽으니 훨씬 더 풍부하고 더 많은 것이 보이는 듯하다.

토마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까치 출판사

과학혁명의 구조는 말 그대로 과학에 대한 혁명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 역사학자인 랑케가 언급했던 것처럼 “인간의 정신은 그대로이나 과학은 발전한다”라는 점에서 과학은 항상 발전하고 있다.

과학이 발전한다는 것은 점진적으로 열등에서 우월로 향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토마스 쿤에게 있어서 과학은 하나의 ‘패러다임’이다.

패러다임은 어떤 주어진 과학자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믿음, 가치, 테크닉 등을 망라하는 총체적인 집합을 말한다.

– 토마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중에서 – p.74

패러다임은 결국 정상 과학자들이 “아 이것은 우리가 신뢰해도 될 만한 과학이론이다.”라고 믿는 하나의 ‘믿음’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발전 (기술의 발전은 분명 맞다) 이기보다는 하나의 체계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 이것은 그 당시 과학의 개념에 큰 틀을 흔들어 놓는 획기적인 말이다.

그 당시 과학은 논리실증주의에 따른 경험 근거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신념이 지배적이었다. 논리적 원자론에 의한 원자적 명제의 형태는 그것들이 나타내고 있는 대상을 인식해야만 이해가 가능하다고 언술 한다.

토마스 쿤의 사진 (위키백과 출처)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원자적 사실에 대응하는 원자 명제들로 구성된 분자 명제로 세계에 대해 진술하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는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한다.

이것은 경험론을 근거로 두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이제 토마스 쿤은 그것을 “경험론의 독단”이라는 비판을 한 콰인의 입장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형성되면 정상과학은 퍼즐 풀이에 힘쓰게 된다. 퍼즐 풀이는 패러다임에 해당하는 과학이 풀어야 할 ‘숙제’와 비슷한 것이다.

과학자 공동체가 패러다임과 함께 획득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는, 패러다임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동안 풀이를 가진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문제들을 선정하는 기준이다.

– 토마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중에서 – p.109

퍼즐 풀이하는 과정에서 패러다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긴다. 토마스 쿤은 그것을 ‘변칙 현상’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변칙 현상이 많을수록 패러다임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다가 풀이할 수 없는 퍼즐을 풀이하게 되는 새로운 이론이 나타나고 그것이 인정받게 된다면 과학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키게 된다.

뉴턴에 의하면 중력은 ‘서로의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 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에게 와서 중력은 ‘공간의 왜곡’ 이 된다. 이것을 통해서 같은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다른 이론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뉴턴 이론이 그럴듯한 근사적 해를 제공하려면, 고려되는 물체들의 상대 속도는 빛의 속도에 비해서 훨씬 더 작아야만 한다.

뉴턴 이론은 아인슈타인 이론으로부터 유도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뉴턴 이론은 아인슈타인 이론의 특수한 경우가 된다는 것이다.

– 토마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중에서 – p.193

특히나 빛의 에테르 이론은 그 당시에만 해도 분명한 ‘상식’이었다. 그것은 빛이 파동의 성질을 띄고 있으니 파동을 전달할 매개체가 필요했고 과학자들은 그 파동을 전달해 줄 에테르라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물질을 검증하는 실험은 빈번히 실패하면서 그 물질을 입증할 것은 풀리지 않는 퍼즐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빛이 입자라는 전혀 생소한 개념이 발견되는 것이다. 과학의 위기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은 기존에 있던 과학과는 새로운 면모를 보이게 된다.

쿤은 이전의 과학과 전환된 과학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공약 불가능성’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 예를 들어 칸트의 선험적 종합판단이라 불리던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다”는 뉴턴의 물리학에만 해당한다는 것 이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이지만 그것은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된다.

위도와 경도는 서로 수직이지만 한 점에서 만난다. 즉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 이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구가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벗어난 상태라는 점에서, 즉 공간 왜곡이 일어난 상태에서 말이다.

이 말을 두고 본다면 과학 역시 그 당시 철학과 연관을 맺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 현대의 과학이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왔지만 언제 부서지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런 허무주의적인 생각으로 과학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현재 상식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과학적인 방법들이 모든 담론에서 인정된다는 말을 의심해야 한다 . 물론 과학이 여전히 설득력이 있고 현상을 잘 설명한다는 과학적 방법을 유지하고 있지만 모든 과학적인 말들이 진리는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평점 : ★★★★ (한 번쯤은 꼭 읽어야 할 인생 책)

과학혁명의 구조(토머스 쿤) 요약 및 서평

Ⅰ. 저자소개

1922년 7월 18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났다. 1943년 하버드대학교 물리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과학연구 및 개발 연구소에서 2년 동안 일한 뒤 모교 대학원으로 돌아가 1949년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하버드대학교 총장인 제임스 코넌트(James Conant)의 권유로 학부생들에게 자연과학개론을 강의하면서 과학의 역사적 측면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관심이 과학사상의 혁명적 변화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면서 철학·사회학·언어학·심리학을 두루 섭렵한 새로운 과학혁명의 이론적 체계를 세우게 되었다.

이와 같은 업적으로 학문적 역량을 인정받아 1956년 버클리대학교로 옮겨 과학사 과정을 강의했으며, 1958년 스탠퍼드대학교의 행동과학 고등연구센터(Center for Advanced Study in the Behavioral Sciences)에서 사회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해냈다.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의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법칙·지식 및 사회적 믿음이나 관습 등을 통틀어 일컫는 개념으로서, 그는 이 패러다임이 한 시대의 세계관과 과학적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지배한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과학의 발전은 개별적 발견이나 발명의 축적에 의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교체에 의해 혁명적으로 이루어지며, 그는 이러한 변화를 ‘과학혁명’이라고 불렀다. 이 새로운 과학관은 1962년에 발간한 《과학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로 발표되어 과학철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분야를 포함한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프린스턴대학교(1964~1979)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1979~1991) 등에서 과학사 강의와 연구활동을 하던 중 1996년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사학자 겸 과학철학자로 평가되며 저서에 화제작 《과학혁명의 구조》를 비롯해 과학혁명의 예를 다룬 《코페르니쿠스 혁명 The Copernican Revolution》(1957), 과학 철학적 주제를 모은 논문집 《주요한 긴장 The Essential Tension》(1977), 《흑체 이론과 양자불연속성》(1978)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Ⅱ. 옮긴이 : 김명자

1944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화학과(1962―1966)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대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1971). 일본 동경이과대학 객원연구원. 숙명여자대학교 이과대학 교수(이과대학장 역임)를 지냈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경실련 환경정의시민연대 이사, 여성정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1999. 6. 25 환경부 장관 취임하여 2003년까지 장관생활을 했다.

현재 열린 우리당 비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서양의 과학 전통과 환경운동」(두산동아, 1991),「엔트로피」(두산동아, 1992), 「과학기술의 세계」(웅진 밀레니엄 북, 웅진, 1998),「현대 사회와 과학」(두산동아,1992)가 있다.

Ⅲ. 시대배경

16세기와 17세기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킨 기계론적 세계관을 이 책의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유기적이고 생명체 적이며 정신적인 우주의 기본 개념은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대치되었으며, 이 기계론적 세계관이 현대의 지배적 사상이 되었다.

중세에는 십자군 전쟁과 백년전쟁, 장미전쟁을 겪으며 근대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사람들이 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교황의 권위가 최고라는 생각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영주들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국왕들은 중세도시의 시민들과 손을 잡으며 민족국가를 구성하게 된다.

이 때, 이탈리아에서 인간중심의 고대 그리스 문화와 실용주의의 로마문화가 전파되면서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다. 사상적으로 신중심의 세계관에서 과학과 실험을 통한 법칙의 발견을 통해, 법칙이 우리의 세계를 지배한다고 본 것이다. 합리주의가 등장이 시작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철학에서도 인간의 사유를 중시하면서 인간의 위대한 이성이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합리적인 생산방식을 통한 대량생산체제는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오게 된다.

이제는 신의 섭리가 아닌 기계적이고 규칙적인 법칙이 지배한다고 보았고, 이성적으로만 이를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보았다. 이로써 사상, 과학, 경제 등의 전 분야에 기계론적인 세계관이 퍼지게 되었다.

Ⅳ. 『과학 혁명의 구조』에 대하여

토머스 쿤(Thomas Kuhn, 1922~1996)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과학사, 과학철학 분야를 넘어서 과학일반, 철학, 역사, 인류학, 사회과학, 페미니즘, 국가정책에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시카고대학 출판부가 발간한 학술서 가운데 가장 널리 읽힌 책이었고, 24개 국어로 번역되어 모두 100 만 부 이상이 팔렸다.

*정상과학→위기→ 혁명 →새 정상과학 4단계 발전

1962년에 출판된 <과학혁명의 구조>는 과학발전의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쿤에 의하면 과학발전의 구조는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곧 과학자 사회가 자신들의 이론, 연구를 가능케 하는 도구와 문제의 총체인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면 이 과학 분야는 1)정상과학(노멀 사이언스) 단계에 들어간다. ‘퍼즐 풀이’로 특징 지워지는 정상과학이 발전하다가 그 패러다임 안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인 변칙이 등장하면, 이러한 변칙은 2)위기의 단계를 낳는다. 위기가 지속되면 기존의 패러다임과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갑자기 등장하고, 두개 혹은 그 이상의 패러다임이 경쟁하는 3)과학혁명의 단계에 접어든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과거의 패러다임을 제치고 과학자 사회에 의해서 받아들여지면 4)새로운 정상과학의 단계가 시작된다. 곧 과학의 발전은 정상과학 → 위기 → 혁명 → 새로운 정상과학으로 이어지며, 여기서 보는 과학혁명은 왕정이 붕괴하고 공화정이 세워지는 것 같은 사회적 혁명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지구가 천체의 중심이라는 천동설로는 설명하기 힘든 관찰 결과나 천체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기존의 천동설로는 그러한 현상을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이에 따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혹성에 불과하다는 지동설이 대두된다. 이러한 지동설을 따르는 과학자들이 늘어나면서 천동설은 쇠퇴하고 결국 지동설이 정상과학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전환이 종교적 개종이나 마찬가지로 단절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새로운 벽돌 하나를 쌓아 지금까지 쌓아왔던 벽을 높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은 벽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벽을 쌓아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쿤은 패러다임의 불가공약성(서로 경쟁하는 둘 이상의 패러다임은 서로 양립할 수 없으며 공통점도 있을 수 없다)을 강조한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변화는 천동설이라는 벽 위에 지동설이라는 새로운 벽돌을 쌓아 올리는 과정이 아니라, 천동설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지동설이라는 새로운 벽을 쌓는 과정이다.

그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쿤의 주장대로 경쟁하는 둘 이상의 패러다임이 양립

불가능하고 공통점도 전혀 없다면, 어떤 패러다임이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지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패러다임 선택의 합리적인 기준이 없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과학 자체가 비합리적인 활동이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쿤의 이 책은 과학사 분야를 넘어서, 인문학, 사회과학 전반에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Ⅴ. 줄거리

1. 서론 : 역사의 역할

만약 역사가 일화 또는 연대기 이상의 것들로 채워진 보고라고 간주된다면, 역사는 우리에게 지금 주어져 있는 과학의 이미지에 대한 결정적인 변형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미지는 심지어 과학자들 자신에 의해서도 예전에는 고전에 기록된 대로, 그리고 보다 최근에는 과학의 새로운 시대마다 그 훈련을 쌓도록 익히는 교과서들에 기록된 대로, 주로 완결된 과학적 업적들의 연구로부터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저작들의 목적은 필연적으로 설득조인 데다 교육용이다. 그런 것들로부터 얻어진 과학의 개념이란 마치 어느 국가의 문화의 이미지를 관광 안내책자나 어학교본에서 끌어낸 격이나 다를 바 없이 실제 활동과는 잘 맞지 않는다. 이 에세이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그런 책에 의해서 오도되어 왔다는 것을 밝히려고 한다. 이 글이 겨냥하는 것은 연구 활동 자체의 사적(史的)인 기록으로부터 드러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과학의 개념을 그리는 것이다.

만일 과학이 요즈음의 교재에 실린 사실, 이론, 그리고 방법의 집합이라면, 과학자는 성공적이든 아니든 간에 그 특정한 집합에 한두 가지 요소를 보태기 위해서 온갖 애를 쓰는 사람이 된다. 과학의 발전은, 과학 기술과 지식을 이루면서 날로 쌓여 가는 자료 더미에, 하나씩 또는 여럿이 이들 항목이 덧붙여지면서 뿔뿔이 진행되는 과정이 된다. 그리고 과학사는 이들 전승되는 증대와 그것들의 축적을 훼방해 온 장애의 연대사를 기록하는 분야가 된다. 그렇게 되면, 과학의 발전에 대해서 과학사가(科學史家)는 두 가지 주요한 임무를 띠게 된다. 그는, 한편으로는 언제 누구에 의해서 당대의 과학적 사실, 법칙, 그리고 이론이 발견되었거나 창안되었는가를 일일이 결정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의 과학 교과서 구성 내용의 보다 빠른 축적을 방해해 온 오류, 신화, 그리고 미신의 퇴적 더미를 찾아내고 설명해야 한다.

정상과학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필연적으로 그들의 시간을 거의 모두 바치는 활동인데, 이것은 세계가 무엇인가를 과학자 사회가 알고 있다는 가정에 입각한 것이다. 과학 활동에 있어서 성공의 대부분은, 필요하다면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그 사회가 그 가정을 기꺼이 옹호하려는 의지로부터 나온다. 예컨대 정상과학은 근본적인 새로움(novelty)을 흔히 억제하게 되는데, 그 까닭은 그러한 새로움이 정상과학의 기본 공약들을 전복시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정상적 문제, 즉 기존의 규칙과 과정에 의해 풀려야 하는 문제가 그것을 거뜬히 풀 수 있는 가장 유능한 학자들의 되풀이되는 공격에도 풀리지 않는다. 또 어떤 경우에서는 정상 연구의 목적으로 고안되고 구성된 어느 도구가 예상한 방식대로 들어 주질 않아서, 아무리 애를 써도 전문적 예측과는 들어맞지 않는 이상을 나타내게 된다. 이렇듯이 그리고 그 밖의 다른 방식으로 정상과학은 거듭 되풀이해서 길을 잃게 된다. 또한, 전문 분야가 과학 활동의 기존 전통을 파괴하는 이상 현상들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을 때, 드디어 과학의 수행을 위한 새로운 기초인 새로운 공약으로 이끄는 비상적 탐구가 시작되는 것이다. 전문 분야의 공약의 변동이 일어나는 비상한 에피소드들이 바로 이 에세이에서 과학혁명이라 부르는 사건들이다.

새로운 이론은 정상과학의 기존 활동을 다스리던 규칙에서 변화가 일어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불가피하게 그것은 이미 성공적으로 완결되었던 과학 업적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이 새로운 이론은 그 적용 범위가 얼마나 전문적이든 간에 이미 알려진 것에의 단순한 축적이나 보완인 경우가 드물거나 또는 전혀 그렇지 않은 이유이다. 새로운 이론의 동화는 기존 이론의 재구축과 기존 사실의 재평가를 요구하는데, 이는 한 사람에 의해서 또는 하룻밤 사이에 완결되는 일이 거의 없는 본연적으로 혁명적인 과정이다.

2. 정상과학에의 길

오늘날의 물리학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빛은 광자 즉, 파동과 입자의 특성을 아울러 나타내는 양자 역학적 실체라고 가르친다. 연구는 그에 따라 진행되거나, 아니면 더 정교하고 수학적인 특성화에 따라서 진행된다. 그러나 빛의 특성을 규정한 지는 반세기 정도밖에 안 된다. 20세기 초 플랭크, 아인슈타인, 그리고 그 밖의 다른 학자들이 진전시키기 전까지는, 물리학 교재에서 빛은 횡파(진행 방향에 수직되게 진동하는 파동) 운동이라고 가르쳤는데, 이 관념은 19세기 초 영과 프레넬의 광학에 대한 저술들로부터 유도되었던 패러다임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런데 파동 이론은 광학의 거의 모든 과학자들에 의해 수용되는 첫 번째 학설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18세기 동안 이 분야의 패러다임은 뉴턴의 「광학(Opticks)」에 의해 제공되었는데 그것은 빛을 물질의 입자들이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이렇듯 물리광학에서의 패러다임의 전환은 과학혁명이며, 하나의 패러다임으로부터 혁명을 거친 다른 것으로의 연속적 이행은 성숙된 과학에서의 통상적 발달 양상이다. 그러나 뉴턴의 연구 이전 시대의 특징적인 양상은 그렇지 않으며, 여기서 우리가 관심 두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득한 고대로부터 17세기 말까지 이르는 시기에 빛의 본질에 관한 널리 수용된 단일한 견해가 나타난 적은 없었다. 그 대신 다수의 경쟁하는 학파들과 다시 그 분파가 산재하였고, 대부분 에피쿠로스주의, 아리스토텔레스 주의, 또는 플라톤 주의 이론에서 빛을 이러저러한 입자들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또 어느 그룹에게는 빛을 물체로부터 발산되는 입자들이라고 보았다. 이 밖에도 갖가지 조합과 수정의 이론이 존재했다. 해당 학파들은 각각 어느 특정 형이상학에 관련시켜 세력을 키웠으며, 이 각기 다른 관찰로서 그 고유 이론이 가장 잘 설명해 낼 수 있는 광학 현상의 특수한 부분을 강조하였다.

자연과학의 발달에서는 어느 개인이나 또는 그룹이 다음 세대의 대다수 전문가들을 유인하기에 충분한 종합을 처음으로 이룩하게 되는 때, 그보다 낡은 학파들은 점진적으로 사라져 간다. 그들의 퇴조는 더러 그들 학파의 학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향해 가는 것에도 연유한다. 그러나 어느 시대이든 간에 보다 뒤떨어진 이론에 고착되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있게 마련이고, 그들은 이후 그들의 연구를 무시해 버리는 그 전문 분야로부터 소외될 따름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 분야의 새롭고 보다 확고한 정의를 내포한다. 자기들의 연구를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시키는 것을 원치 않거나 또는 적응시킬 수 없는 사람들은 고립된 채로 계속해야 하든가 아니면 스스로를 어느 다른 그룹에 소속시켜야 한다.

3. 정상과학의 성격

하나의 패러다임의 성공―운동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해석, 행성의 위치에 대한 프톨레마이오스의 계산, 라부아지에의 천평 이용, 또는 전자기장에 대한 맥스웰의 수학화―은 당초에는 주로 아직 불완전한 예제들에서 발견될 수 있는 성공의 확률일 따름이다. 정상과학은 그런 확률의 실재화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패러다임이 특히 시사적이라고 제시하는 사실들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키고 그런 사실들과 패러다임의 예측 사이에 일치 정도를 증진시키면서, 그리고 더욱 명료화시킴으로써 달성된다.

하늘에 대해서 말하자면 뉴턴은 행성의 운행에 관한 케플러의 법칙을 수학적으로 유도했으며, 달이 케플러의 법칙들을 만족시키지 않았던 결과들의 일부에 대해서도 설명해 냈다.

지구에 대해서는 뉴턴은 진자와 조수의 간만에 대해 몇몇 단편적인 관찰 결과들을 수학적으로 유도해 내었다. 추가적이지만 무작위 적인 가정을 도입함으로써, 그는 보일의 법칙과 공기 중에서의 소리의 속도에 대한 중요한 관계식도 유도해 낼 수 있었다. 그 당시 과학의 상황으로서는 그런 증명들의 성공은 지극히 인상적인 것이었다.

이제 잠시 정확성의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 우리는 이미 그 경험적 측면에 대해서는 다룬 바 있다. 뉴턴 패러다임의 구체적 응용이 요구했던 특수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특이한 장치가 필요했다. 이론 쪽에서도 일치를 얻는 데에는 그와 비슷한 여러 가지 난관이 따랐다. 뉴턴은 그의 법칙들을 진자에 적응시킴에 있어, 진자의 길이에 특정한 값을 매기기 위해 추를 질량점(질량만 갖고 크기를 갖지 않는)으로 취급해야 했다. 그의 정리(theorems)의 대부분은 가설적이고 예비적인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또한 공기 저항의 영향을 무시하였다. 이런 것들은 건실한 물리적 근사(approximations)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사로서 그것들은 뉴턴의 예측과 실제 실험 사이에서 기대되는 일치성을 제한하였다. 뉴턴의 이론을 하늘에 적용하는 데서는 바로 이 난점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한 법칙들을 유도하기 위해서 뉴턴은 각각의 행성과 태양 사이를 제외하고는 인력에 의한 작용을 모두 무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행성들은 상호간에도 끌어당기고 있으므로, 적용된 이론과 망원경의 관찰 결과 사이에는 고작해야 근사적인 일치만이 예상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치성에서의 이러한 한계는 뉴턴의 후계자들에게 매력적인 이론적 문제들을 많이 남겨놓았다. 이를테면 동시에 서로 끌어당기는 둘 이상의 물체의 운동을 다루기 위해서 그리고 교란된 궤도에서의 안정성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기교들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18세기와 19세기 초에 걸쳐, 유럽의 가장 우수한 수학자들인 오일러, 라그랑주, 라플라스, 가우스는 모두들 뉴턴의 패러다임과 하늘 세계의 관찰 결과 사이의 일치를 증진시키기 위한 문제들에 대해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이들 인물들의 대부분은 동시에 뉴턴이나 또는 역학의 당대 어느 대륙 학파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응용에 요구되는 수학을 전개시키는 일도 했다. 응용의 이들 문제들은 18세기의 가장 빛나고도 심혈을 기울인 과학적 연구가 과연 무엇인가를 설명해주고 있다. 패러다임 이후의 시대를 검토해 보면 다른 실례들이 발견되는데, 그런 것으로는 열역학, 빛의 파동 이론, 전자기 이론, 또는 그 기본 법칙들이 완전히 정량적인 과학의 여타 분야의 발전을 들 수 있다. 적어도 보다 수리적인 과학에서는 이론적 연구는 거의 모두 이런 유형의 작업이 된다.

하나의 패러다임을 재 공식화하는 이와 같은 작업은 과학의 모든 분야에 걸쳐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으나, 대부분은 훨씬 더 뚜렷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 왔다. 그러한 변화들은 앞에서 패러다임 명료화하게 하는 것으로 설명된 경험적 연구의 결과로부터 나타난다. 그런데 그런 종류의 연구를 경험적이라고 분류하는 것은 임의적인 것이었다. 정상과학에서의 다른 어느 유형보다도 패러다임 정련의 문제는 이론적이면서도 동시에 실험적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사실과 이론 두 가지를 모두 다루고 있고, 연구 결과는 단순히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 보다 정확한 패러다임을 산출했으며 연구를 시작했던 원래의 형태가 지닌 모호함을 제거함으로써 얻어지게 되었다.

문제들에 관한 이들 세 가지 유형―의미 있는 사실의 결정, 사실의 이론에의 일치 그리고 이론의 명료화―은 실험적 및 이론적 과학의 양쪽에서 정상과학 문헌을 거의 전부 차지한다.

4. 수수께끼 풀이로서의 정상과학

만일 ‘규칙(rule)’이란 용어를 상당히 폭넓게 사용한다면 주어진 연구 전통 내에서 접근할 수 있는 문제들은 이와 같은 부류의 수수께끼 특성과 매우 유사하다. 빛의 파장을 측정하는 기계를 고안하는 사람은 어느 장치가 단지 특정한 스펙트럼 선에 특정한 값을 매겨 준다고 해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는 단순히 측정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가 해야 할 일은 광학 이론의 정립된 개념에 의하여 그의 장치를 분석함으로써 그의 기기가 알려 준 숫자가 바로 이론에서의 파장과 같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론에서 미결된 허점이 있다거나 또는 그의 장치에서의 분석되지 않은 요소로 인해 그 증명을 완결시키지 못하는 경우, 그의 분야의 동료들은 그가 아무것도 측정하지 않았다고 결론짓기가 알맞다.

그런 결과들이 어느 것의 척도가 되기까지에는, 그것들은 우선 운동하고 있는 물질이 파동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했던 이론과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런 연관성이 지적된 이후에도 실험 결과가 이론과 양론의 여지없이 분명한 상관관계로 연관될 수 있도록 장치를 다시 꾸며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만족되기 전까지는 어떤 문제도 해결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과학의 전문 분야의 수행자들은 모두 어느 주어진 시대에서 일반화 될 수 있는 규칙들을 지닌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규칙들이 그 자체만으로 그 분야 전문가들의 활동에서 공유되는 모든 것을 규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상과학은 고도로 결정적인 성격의 활동이지만, 그러나 전적으로 규칙에 의해서 결정될 필요는 없다. 규칙은 패러다임으로부터 파생되지만 그러나 패러다임은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조차도 연구의 지침이 될 수 있다.

5. 패러다임의 우선성

많은 과학자들은 당시의 구체적 연구 주제에 내재하는 특정한 개별적 가설에 대해서는 쉽게 그리고 잘 논의하지만, 그들 분야에서 확립된 기반이나 타당성 있는 문제들과 방법들을 특성화함에 있어서는 비전문가에 비해 별로 나을 게 없다. 과학자들이 그런 추상적 개념화를 터득하는 경우, 그들은 주로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통해서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런 능력은 게임의 가설적인 규칙들에 의지하지 않고도 이해될 수 있다.

과학 교육의 이러한 결과들은 패러다임이 개념화된 규칙들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직접 모형이 됨으로써 연구의 지표가 된다고 보는 논의를 성립시킨다. 관련되는 과학자 사회가 성취된 특정 문제-풀이를 의문 없이 수용하는 한에서만 정상과학은 규칙 없이도 진행될 수 있다. 그러므로 패러다임이나 모형이 위태롭게 느껴지는 경우에는 규칙들은 중요해지게 될 것이며, 규칙들에 대한 무관심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특히 패러다임-이전(pre-paradigm) 시대는 으레 합법적인 방법, 문제 및 문제-풀이의 표준에 대한 빈번하고 심각한 논쟁으로 특정 지워진다. 더구나 그와 같은 논쟁들은 어느 패러다임이 출현한다고 존재하지는 않지만 과학혁명, 즉 패러다임이 공격을 받게 되고 다음 단계에서 바뀌게 되는 시기의 바로 직전과 그 과정에서는 논쟁이 규칙적으로 되풀이되곤 한다. 뉴턴 역학으로부터 양자역학으로의 이행은, 더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물리학의 성격과 규범에 관해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그들 분야의 기본적 문제들이 해결되었는지의 여부에 대해 합의되지 않을 때에는, 규칙을 찾아낸다는 일이 평상시에는 지니지 않던 기능을 맡게 된다. 그러나 패러다임이 안전하게 지탱되는 동안에는 합리화 같은 것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채 패러다임은 기능을 나타낼 수 있다.

모든 분야를 총체적으로 개관하면, 오히려 과학은 그 다양한 부분 가운데서 거의 일관성을 지니지 못하고 상당히 줏대 없는 구조를 가진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 점에 있어서는 흔히 보이는 관찰과 모순 될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규칙 대신에 패러다임을 대치하는 것은 과학의 분야와 세부전공의 다양성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만들 것이다. 명시적인 규칙들은, 그것들이 존재할 때에는, 매우 광범위한 과학자 집단에 공통적인 것이 상례이지만 패러다임은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 예컨대 천문학과 식물 분류학처럼 크게 동떨어진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책들에서 설명된 다른 업적에 접하며 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똑같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에서 동일한 책들과 업적들을 많이 공부하는 것으로 출발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전공의 세분화 과정에서 상당히 차이나는 패러다임을 얻을 수 있다.

모든 물리학자들로 구성된 방대하고 다양한 과학자 사회를 생각해 보자. 요즈음은 그런 그룹의 구성원은 누구나, 예컨대 양자 역학의 법칙들을 배우며, 그들 대부분은 연구라든지 강의의 어느 시기에 이르러 이들 규칙을 적용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이들 법칙들의 동일한 적용을 배우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그들이 양자 역학의 실제 변화에 의해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전공의 세분화에 이르는 길에서 일부 물리학자들은 양자 역학의 기본 원리들에만 접하게 된다. 다른 학자들은 이들 원리들의 화학 분야에의 패러다임 적용에 대해 상세히 연구하게 되며, 또 다른 학자들은 고체 물리학에의 적용에 관해 연구하는 등등 다양해진다. 양자 역학이 과학자들의 각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의 문제는 그가 무슨 과목을 택했는가, 무슨 책들을 읽었는가, 어떤 문헌을 공부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6. 이상 현상과 과학적 발견의 출현

정상과학은 사실이나 이론의 새로움을 겨냥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새로움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그리고 뜻밖의 현상들이 과학 연구에 의해 끊임없이 베일이 벗겨졌다.

기체 과학의 경우에서, 정상과학의 진보는 매우 철저하게 비약적 발전의 돌파구를 열어 주었다. 비교적 순수하게 산소 기체의 시료를 처음으로 얻었다는 사람은 스웨덴의 약제사인 셀레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업적을 무시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다른 데서 산소의 발견이 거듭 선언되기까지 그것은 공표 되지 않았던 까닭에 결국 여기서 우리가 가장 관심을 두는 역사적 양상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기로 보아 산소 발견을 주장한 두 번째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이며 신학자인 프리스틀리로서, 그는 여러 가지 고체 물질로부터 방출되는 ‘공기’에 대해 정규적인 연구를 오랫동안 계속하던 중, 수은의 붉은 산화물을 가열할 때 방출되는 기체를 모으게 되었다. 1774년에 그는 이렇게 생성된 기체를 아산화질소라고 확인하였다가, 좀더 시험한 결과 1775년에는 플로지스톤이 그 통상적인 양보다 좀 덜 들어 있는 보통 공기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라부아지에는 1774년의 프리스틀리의 실험 후산소까지 이끌어 간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1775년 초, 라부아지에는 수은의 붉은 산화물을 가열해서 얻은 기체는 ’바뀐 것이 없는 공기 그 자체로서 보다 순수하며 호흡하기에 더욱 좋은‘ 것이라 하였다. 또한, 라부아지에는 그 기체는 별개의 화학 종으로서 대기의 두 가지 주성분 가운데 하나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으며, 이는 프리스틀리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었던 견해였다.

발견의 이러한 양상은 과학자들의 인식 영역에 들어왔던 새로운 현상에 대하여 한결같이 묻게 되는 질문을 제기한다. 산소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만약 둘 중 하나라면 프리스틀리인가 라부지에인가? 어느 경우이거나 산소는 언제 발견되었는가?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이런 형태의 질문은 마찬가지로 제기될 것이다. 우선권(priority)과 발견 시기에 대한 판정으로서, 어떤 대답이 나오더라도 우리에게 별 문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해답을 얻어내려는 시도는, 찾고 있는 대답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발견의 본질을 밝혀줄 것이다. 발견이란 거기에 대해 적절하게 질문이 제기되는 그런 유형의 과정이 아니다. 그런 물음을 묻게 된다는 사실은 발견에 매우 근본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과학의 이미지에서 좀 빗나간 증상이 된다.

산소의 실례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프리스틀리가 산소를 발견했다는 주장은 후에 특이한 종으로 인식되기에 이른 기체를 먼저 분리해 냈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프리스틀리가 얻은 시료는 순수하지가 못했다. 만일 불순한 산소를 얻은 것이 그것을 발견해 낸 것이라면, 대기 중의 공기를 병에 담았던 사람은 모두 산소를 발견했다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일 프리스틀리가 발견자라면 그 발견은 언제 이루어진 것인가? 1774년에 그는 자기가 얻은 기체를 그가 이미 알고 있었던 종인 아산화질소라고 생각했다. 1775년에는 그 기체를 플로지스톤이 빠진 공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직 산소는 아니었고 플로지스톤 화학자에게는 심지어 전혀 예기치 못한 종류의 기체였다. 라부아지에의 주장은 보다 강점을 지니기는 하지만 여기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만일 우리가 프리스틀리의 공로를 거부한다면, 마찬가지로 라부아지에가 그 기체를 ‘온전한 공기 자체(air itself entire)’라고 보았던 1775년의 연구를 들어 그에게 영예를 돌릴 수도 없다. 아마도 우리는 라부아지에가 단순히 그 기체를 보았을 뿐만 아니라, 그 기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던 1776년과 1777년의 연구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런 판정조차도 의심의 여지가 있는데, 왜냐하면 1777년 그리고 그의 생애의 마지막까지 라부아지에는 산소를 원자력 ’산성의 원리(principle of acidity)’라고 주장했고 산소 기체는 그 ‘원리’가 칼로릭(caloric), 즉 열의 물질과 결합할 때에만 생성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1777년에도 산소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어떤 이들은 그렇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성의 원리라는 개념은 화학에서 1810년이 지나도록 소멸되지 않았으며, 칼로릭 개념은 1860년대까지 남아 있었다. 산소는 이들 연대들의 어느 시기보다 일찍이 표준적 화학 물질로 자리잡았다.

산소의 발견과 같은 사건들을 분석하는 데에는 분명히 새로운 용어와 개념이 요구된다. 의심할 여지없이 옳기는 하지만, ‘산소가 발견되었다’라는 글귀는, 본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통상적인(그리고 또한 미심쩍은) 관념과 마찬가지로,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도 일회적인 단순행위라고 암시함으로써 오해를 유발시킨다. 이것이 바로, 보거나 만지는 것처럼 발견하는 것도 똑 떨어지게 한 사람 손으로 어느 순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쉽사리 생각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발견을 한순간의 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한 사람에 의한 것으로 발견을 돌리는 것도 흔히 마찬가지이다. 셀레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1774년 이전에는 산소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해도 무방하며, 아마도 1777년쯤 또는 그 바로 직후에 산소가 발견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 또는 그 비슷한 여러 한계 내에서의 발견의 시기를 잡으려는 시도는 어쩔 수 없이 임의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 까닭은 새로운 종류의 현상을 발견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복합적 사건으로서 무엇인가 있다는 것과 그것이 무엇인가를 둘 다 확인하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만일 산소가 우리에게 플로지스톤이 빠진 공기였다면, 언제 발견했는지는 모르는 채로라도 주저 없이 프리스틀리가 그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그

러나 관찰과 개념화, 사실과 이론에의 동화, 이 두 가지가 발견 과정에 밀접하게 얽혀 있다면 발견은 하나의 진행 과정이며 시간이 소요되어야만 한다. 관련되는 개념적 범주가 모두 미리 갖추어진 경우, 즉 현상이 새로운 유형이 아닌 경우에 한해서, 그것을 발견하는 일과 그것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일이 함께 즉각적으로 한 순간에 일어날 수 있다.

7. 위기, 그리고 과학 이론의 출현

열역학은 19세기의 두 기존 물리과학 이론의 충돌로부터 탄생하게 되었고, 양자 역학은 흑체 복사, 비열 그리고 광전 효과를 둘러싼 갖가지 난제들로부터 탄생되었다. 더욱이 뉴턴 이론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서 이상 현상에 대한 인식이 매우 오래 지속되었고 아주 깊숙이 침투되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은 분야들은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태라 묘사하는 것이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그것은 대규모의 패러다임 파괴와 정상과학의 문제 및 기술에서의 주요 변동을 요구하는 까닭에, 새로운 이론들의 출현은 대체로 전문분야의 불안정함이 현저해지는 선행 시기를 거치게 된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그런 불안정함은 정상과학의 수수께끼들이 좀처럼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데서 발생된다. 그리고 기존 규칙의 실패는 새로운 규칙에의 탐사를 향한 전조가 된다.

천문학적 전통은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방해를 받았으며, 인쇄술이 없는 상황에서 천문학자들 사이의 견해 교류가 한정되었었기 때문에 이들 어려움은 매우 느리게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드디어는 깨닫게 되었다.

16세기 들어, 코페르니쿠스의 공동 연구자인 노바라는 프톨레마이오스 이론이 전개되었던 바와 같은 엉성하고 부정확한 체계가 자연에 대한 진리가 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코페르키쿠스 자신은 「천구(天球)들의 회전에 관하여 (De Revolutionibus)」의 서문에서 그가 계승한 천문학 전통은 결국 괴물을 창조했을 따름이라고 적었다. 16세기 초엽에는 유럽의 최고 천문학자들 중 차츰 더 많은 사람들이 천문학의 패러다임을 그 고유의 전통적 문제에 적용함에 있어 제구실을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한 의식은 코페르니쿠스가 프톨레마이오스 식 패러다임을 거부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 시작하는 데 요구되었던 선행 조건이었다. 그의 유명한 서문은 아직까지도 위기 상황에 관한 고전적 서술의 하나가 되고 있다.

위기들의 의미는 도구를 바꾸어야 할 계제에 도달했음을 가리키는 지표가 된다.

8. 위기에 대한 반응

하나의 이상 현상이 정상과학의 또 다른 수수께끼 이상의 것으로 보이게 되는 때, 위기로 그리고 비상과학으로의 전이는 시작된 것이다. 이상 현상은 그 자체로서 이제 전문분야에 의해 점점 일반적으로 수용되기에 이른다. 그 분야의 가장 탁월한 많은 학자들이 그것에 차츰 더 많은 주의를 쏟게 된다. 그렇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만일 그것이 그래도 풀리지 않는 경우, 학자들 다수가 그 풀이를 그들 연구 분야의 제1 주제로 삼게 된다. 이제 그들에게 있어서 그 분야는 더 이상 이전의 것과 같은 것으로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다른 양상으로 보이는 것은 더러는 과학적 탐색에서의 새로운 정착 점으로부터 초래되는 결과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변천의 원천은 그 문제에 주의를 집중시킴으로써 가능케 되었던 다수의 부분적 풀이가 지닌 다양한 성격이다. 끈질기게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초기의 공격은 매우 긴밀하게 패러다임 규칙을 따를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여전히 잘 풀리지 않음에 따라, 그것에 대한 공격은 점차로 사소한 또는 그리 사소하지 않은 패러다임의 명료화를 포함하게 될 거이며, 그런 것들은 제각기 서로 달라서, 어떤 것은 일부 성공적일 것이나, 그 그룹에 의해서 패러다임으로 수용될 만큼 만족스런 것은 없을 것이다.

정상과학의 규칙들은 점증적으로 모호해진다. 패러다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실제로 연구에 종사하는 이들 가운데 그것에 관하여 전적으로 합의하는 사람은 극소수인 것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미 풀린 문제들의 표준 풀이조차도 의문의 대상이 되고 만다.

심각한 경우, 그런 상황은 관련되는 과학자들에 의해서 인식되는 때도 있다. 코페르니쿠스는 그 시대의 천문학자들이 “천문학상의 연구에서 일관성이 도무지 없어서 공전 주기의 일정한 길이를 설명조차 할 수 없거나 또는 관찰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계속해서 “그들은 마치 한 화가가 다양한 모델로부터 멋대로 손, 발, 머리 등의 부위를 합쳐서 회상을 구성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각 부분으로서는 뛰어나게 잘 그렸으나 단일한 신체로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각 부위가 서로 조화를 전혀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그 결과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괴물에 가깝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기에 처한 패러다임으로부터 정상과학의 새로운 전통이 태동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천이는 옛 패러다임의 명료화나 확장에 의해서 성취되는 과정, 즉 축적의 정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한 천이는 오히려 새로운 기반으로부터 그 분야를 다시 세우는 것으로서, 그 분야 패러다임의 많은 방법과 응용은 물론 가장 기본적인 이론적 일반화조차도 변화시키게 되는 재건 사업이다. 그 이행 시기에는 옛 패러다임과 새 패러다임에 의해서 풀릴 수 있는 문제들이 크게 중복될 것이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완전히 중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의 양식에서도 역시 결정적인 차이가 생길 것이다. 그런 천이가 완결되는 때, 그 전문 분야는 그 영역에 대한 견해, 방법, 목적을 바꾸게 될 것이다. 통찰력 깊은 어느 과학사학자는 최근 패러다임 변화에 의한 과학의 재편성에서의 고전적 사례를 고찰하면서, 그런 천이는 “지팡이의 다른 쪽 끝을 집어 올리는 것”으로서, 그것은 “똑같은 자료 더미를 이전처럼 다루되 그것들에게 종전과는 다른 테두리를 부여함으로써 서로 서로 새로운 관련 체계 속에 놓이도록 함”이 포함되는 과정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9. 과학혁명의 성격과 필연성

과학혁명이란, 보다 옛 패러다임이 전반적이거나 부분적으로, 서로 양립되지 않는 새 것에 의해 대치되는 비축적적인 발전에서의 에피소드들로 간주되었다.

원칙적으로 새로운 이론이 전개되는 데 있어서는 오로지 세 가지 종류의 현상만이 있을 뿐이다. 첫 번째 것은 기존 패러다임에 의해서 이미 잘 설명된 현상들로 이루어지며, 이것들이 이론 구축에 대한 동기라든가 새 출발의 시점을 제공하는 일은 거의 없다.

두 번째 부류의 현상은 기존 패러다임에 의해 그 본질은 지시되지만 상세한 내용은 이론의 보다 진전된 명료화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된다. 이것들은 과학자들이 많은 시간을 연구에 집중하는 현상들이지만, 그런 연구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안을 겨냥하기보다는 기존 패러다임의 명료화에 목표를 둔다. 명료화를 위한 이들 시도가 실패하는 경우에 한해서 과학자들은 세 번째 형태의 현상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것들은 인식된 이상 현상들로서 그 특성적 성격은 기존 패러다임에 동화되기를 강경히 거부한다는 점이다. 이 세 번째 형태의 현상만이 새로운 이론들의 작인이 된다.

과학 이론에 대한 이런 제한된 관념을 보여 주는 경우로서 가장 잘 알려지고 분명한 것은 현대의 아인슈타인 역학과 뉴턴의 「프린키피아(Principia)」로부터 파생된 보다 오랜 역학의 관계식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논의에서 잘 드러난다. 이 에세이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 두 이론은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체계와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 중심체계에 대한 관계에서 설명된 것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서로 모순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뉴턴의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만 수용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에 이것은 소수의 견해로 머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에 대한 가장 유력한 반대 의견에 대해 검토해야만 한다.

이들 이견(異見)의 요점은 다음과 같이 전개될 수 있다. 상대론 적 역학은 뉴턴 역학이 잘못된 것임을 증명해 낼 수 없다. 뉴턴의 역학은 아직도 대부분의 공학자들에 의해서 매우 성공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다수의 물리학자들에 의해서도 선별적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다 옛 이론의 이러한 이용의 타당성은 여타의 응용에서 옛 이론을 대치한 바로 그 이론으로부터 증명될 수가 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소수의 제한 조건이 충족된 모든 적용에서 뉴턴 방정식의 예측들은 우리의 측정 기기만큼 훌륭한 구실을 할 것임을 증명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예컨대 만약 뉴턴 이론이 그럴 듯한 근사적 해를 제공하게 되려면, 고려되는 물체들의 상대 속도는 빛의 속도에 비해 작아야만 한다. 이 조건과 그 밖의 몇 가지 조건이 만족된다면, 뉴턴 이론은 아인슈타인 이론으로부터 유도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따라서 뉴턴 이론은 아인슈타인 이론의 특수 경우가 된다.

10. 세계관의 변화로서의 혁명

사람이 무엇을 보게 되는가는 그가 바라보는 대상에도 달려 있지만, 이전의 시각-개념상의 경험이 그에게 무엇을 보도록 가르쳤는가 에도 달려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릴레오가 흔들리는 돌을 보았을 때, 거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속박 상태의 낙하 현상을 보았고 갈릴레오는 진자를 보았다고 말함으로써 야기되는 곤란한 점들에 대해서 나는 잘 알고 있다. 이 절의 서두에서는 바로 그런 어려움이 보다 더 근본적인 형태로 나타나 있다. 세계가 패러다임의 변화와 더불어 변화하지는 않지만, 그 이후의 과학자들은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서 연구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우리는 적어도 이것들과 유사한 진술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배워야 하리라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과학혁명 동안에 일어나는 일은, 개별적인 안정된 데이터의 재해석으로 완전히 환원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우선 데이터들이 양론의 여지없이 안정되지는 못한 상태다. 진자는 떨어지는 돌이 아니며 산소는 플로지스톤이 빠진 공기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제 곧 보게 되겠지만, 과학자들이 이들 다양한 대상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는 그 자체가 서로 다른 것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느 과학자 개인 또는 과학자 사회가, 속박된 낙하 운동으로부터 진자로, 또는 플로지스톤이 빠진 공기로부터 산소로의 이행을 성취한 과정은 해석과 흡사한 과정이 아니다. 해석할 수 있는 고정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과학자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채택한 과학자는 해석자이기 보다는 차라리 거꾸로 보이는 렌즈를 낀 사람과 비슷하다. 이전과 똑같은 무수한 대상들을 마주 대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변함 없는 대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학자는 대상들의 세부적인 것의 여기저기에서 속속들이 그 대상들이 변형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패러다임들은 도대체 정상과학에 의해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정상과학은 궁극적으로 이상 현상들의 인지 그리고 위기로 인도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심사숙고와 해석에 의해서가 아니라 게슈탈트 전환과 같은 비교적 돌발적이고 비 구조적인 사건에 의해 끝을 맺게 된다. 그러면 과학자들은 “눈에서 비늘이 걷혔다(잘못을 깨달았다)”고 말하거나, 또는 전에는 모호하던 수수께끼에 ‘넘쳐드는’ 그런 ’번득이는 섬광’에 관해 자주 말하게 되며, 그리하여 수수께끼의 구성 요소들을 최초로 해결 가능한 새로운 방식으로 보일 수 있게 만든다.

11. 혁명의 비가시성

교과서는 정상과학의 영속을 위한 교육적 수단으로서 언어, 문제 구조, 또는 정상과학의 기준 등이 바뀔 때마다 그에 따라 전체적으로든 부분적으로든 다시 쓰여져야 한다. 요컨대 교과서들은 매 과학혁명을 거칠 때마다 바뀌는 것이며, 이렇게 새롭게 쓰여진 교과서들은 필연적으로 그것들을 생산했던 혁명의 역할뿐만 아니라 혁명의 존재 자체까지도 가려 버리고 만다. 그 자신의 생애에서 직접 과학혁명을 겪었던 당사자가 아닌 이상,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나 교과서 문헌을 읽는 일반인 어느 쪽이든 간에 그 역사적 감각은 그 분야의 가장 최근에 있었던 혁명의 결과까지만 한정된다.

과학 교과서들은, 명백하게 동시에 고도로 기능적이라는 이유로 해서, 교과서의 패러다임 문제들의 서술과 해결에 기여했다고 쉽사리 평가될 수 있는 과거 과학자들의 연구 중 그런 부분만을 인용한다. 더러는 선택에 의해, 더러는 왜곡에 의해 이전시대의 과학자들은, 과학 이론과 방법의 가장 최근의 혁명에 의해 과학적인 것으로 보이게 되었던 바로 그 일련의 고정된 규범들에 부합되도록, 고정된 문제들의 한 벌에 대해 연구를 수행해 왔던 것으로 암묵적으로 표현된다. 교과서와 그것이 함축하는 역사적 전통은 매 과학혁명 이후에 다시 쓰여져야 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것이 없다. 그리고 그것들이 다시 쓰여짐에 따라, 과학이 다시금 대체로 매우 축적적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도 이상할 바가 없다.

과학 교재에 실린 아직 눈에 보이는 자료의 배열은 혁명의 기능을 부정하게 될 과정을 묵시적으로 시사한다. 왜냐하면 교과서란 학생들로 하여금 당대의 과학자 사회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빨리 익히는 것을 겨냥하므로, 교과서는 현행 정상과학의 다양한 실험, 개념, 법칙, 이론들을 개별적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지속적으로 다루게 된다.

12. 혁명의 해결

과학자들은 이성적인 사람들인 까닭에, 여러 가지 논거를 거쳐가면서 결국 많은 과학자를 설득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를 설득할 수 있거나 설득시켜야 하는 단일한 논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일어나는 일은 단일 그룹의 개종이라기보다는 전문 분야의 신념의 분포에서 점차로 전이가 증대되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새로운 후보는 당초에는 지지자도 거의 없고 지지자의 동기도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이 유능한 경우에는 패러다임을 개량하고, 그 가능성을 탐구하고, 그것에 의해 인도되는 과학자 사회가 어떤 것이 되는가를 보여 주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일이 진행됨에 따라, 만일 패러다임이 투쟁에서 승리를 거둘 운명이라면, 설득력 있는 논증들의 수효와 강도가 증강될 것이다. 그에 따라 보다 많은 과학자들이 개종하게 될 것이고, 새 패러다임의 탐사 작업이 계속될 것이다. 그 패러다임에 기초한 실험, 기기, 논문 그리고 서적 등의 수효가 점차 불어날 것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관점이 효과적임에 납득된 더 많은 사람들이 정상과학을 수행하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서, 결국 소수의 나이 많은 저항자들만이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조차도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과학사학자는 역사에서 항상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틴 비합리적이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의 저항을 가리켜 비논리적 또는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기껏해야 과학사학자는 전문 분야가 온통 개종된 후에도 계속 버티는 사람은 사실상 과학자이기를 거부한 것이라 말하고 싶을 것이다.

13. 혁명을 통한 진보

다윈이 1859년에 자연 선택에 의한 그의 진화 이론을 처음 출판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종 변화의 개념도 아니었고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되었으리라는 가능성도 아니었다. 인간의 진화를 비롯한 진화를 가리키는 증거는 수십 년 동안 축적되어 왔으며, 진화의 개념은 이전에도 제안되었고 널리 퍼져 있었다. 진화의 개념 자체는 특히 종교 집단들로부터의 저항에 부닥쳤지만, 그것은 다윈주의자들이 직면했던 가장 큰 난관은 결코 아니었다. 그 어려움은 다윈 자신의 발상과 매우 가까운 견해로부터 비롯하는 것이었다. 다윈 이전 시대의 유명한 진화 이론들은 모두 진화를 목표-지향적 과정(goal-directed process)으로 간주하였다. 인간에 대한 그리고 당시의 식물, 동물에 대한 ‘개념’은 최초 생명의 탄생으로부터 어쩌면 신의 정신 속에 존재했을 것이라고 믿어졌다. 그러한 개념이나 계획은 전체적 진화 과정에 방향을 설정했고 길잡이가 되었다. 진화적 발전에서의 각각의 새로운 단계는 출발에서부터 존재했던 계획의 보다 완전한 실제화였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그런 목적론적 성격의 진화론의 붕괴는 다윈의 제안에서 가장 의미 깊고 가장 수용하기 곤란한 문제였다. 「종(種)의 기원」은 신이나 자연 그 어느 것에 의해 설정된 목표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대신 주어진 환경에서 그리고 자료가 주어진 실제 유기체들에서 작용하는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이 보다 정교하고 복잡하며 훨씬 더 분화된 유기체들의 점진적이지만 꾸준한 출현의 원인으로 설정되었다.

생존을 위한 유기체들 간의 단순한 경쟁의 결과인 자연선택이 고등 동식물과 더불어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믿음을 다윈 이론에서 가장 난해하고 혼란스러운 측면이었다. 특정한 목표가 없는 터에 ‘진화(evolution)’, ‘발전(development)’, ‘진보(progress)’가 무엇을 의미할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용어들은 갑자기 자기 모순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던 것이다.

증거에 의한 과학의 성장과 양립할 수 있는 자연에 관한 그 어떤 개념도 여기서 전개되었던 과학의 진화적 관점과 양립될 수 있다. 이 견해는 또한 과학 활동에 대한 철저한 관찰과도 양립 가능한 것인 만큼 아직도 미결인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서 그것을 적용할 만한 강력한 논거가 존재한다.

자료정리:김보현 [email protected]

출처: SPR 경영연구소

성균관대학교 오거서

본인은 건축학과 학생으로, 대학교에 오고 나서 과학공부를 깊이 할 기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다른 사람들과 비견될 만한 과학적 소양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업을 들어본 바로, 지난 1년간의 공백과, 다른 학생들의 과학적 수준은, 내가 만만하게 생각했던 ‘어느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혁명의 구조’는 각각의 용어나 문체, 내용 등에서 그간 읽어왔던 책들과는 달리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책이었다. 이 글은 전체적으로 ‘과학혁명의 구조’의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며 느낀 점, 개인적인 생각과 사례 등을 덧붙여가며 써보고자 한다. 요약 정리는 책의 순서대로 글을 쓰되,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절과 부분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쿤이 어떻게 이런 책을 쓰게 되었는지 글의 배경과 그의 생애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하버드대학교 물리학과에 재학했으나, 당시 세계2차 대전으로 인해 학업의 진행이 순탄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시간이 지난 후 고체의 성질에 대한 연구로 이론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 당시에 물리학의 구체적인 이론보다는 ‘왜 물리학 이론이 세계를 설명한다고 할 수 있는지’와 같은 과학의 궁극적인 질문들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특히 그 당시 ‘수용된 견해’라 불리던 주도적 과학관이,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이나 과학이 역사적으로 전개해 오는 과학연구가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한 엄밀한 연구 결과와 매우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박사학위 취득 후 쿤은 하버드 대학교의 교양교육 및 과학사를 위한 조교수로 임용되었고, 이 시기에 자신의 생각을 코페르니쿠스 연구를 통해서 더욱 정교하게 하였다. 후에 코페르니쿠스의 업적에서 나타나는 혁명적인 모습과 보수적인 모습에 대한 분석을 담은 그의 저서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발표하며 과학사학자로 내닫게 되고, 를 출간하면서 과학사와 과학철학 연구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되었다고 한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패러다임’과 ‘정상과학’이라는 용어를 우선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설명된다. 그리고 그가 설명하는 과학적 발전은, 이 패러다임과 정상과학의 ‘대체’로 이루어진다. 쿤이 설명하는 패러다임이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이다. 그는 과학의 발전을 다음과 같이 보았다. 우선 하나의 패러다임이 생기게 되면 이 패러다임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계속 연구, 탐구 활동을 하는데, 이를 정상과학이라고 한다. 이어 정상과학을 통해 일정한 성과가 누적되다 보면 기존의 패러다임은 차츰 부정되고, 경쟁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난다. 그러다 과학혁명이 일어나면서 한 시대를 지배하던 패러다임은 완전히 사라지고, 경쟁관계에 있던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즉, 이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고, 항상 ‘생성-발전-쇠퇴-대체’되는 과정을 되풀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패러다임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정확히 한 문장으로 정의되지 않아 주위에서 많은 비판을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1판 출간 당시 철학자 마가렛 마스터맨은 이 책에서 ‘패러다임’이 최소한 21개의 다른 의미로 사용되어있다고 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래서 쿤은 ‘후서’에서 ‘패러다임’이 넓은 의미에선 기호적 일반화(예를 들어, F=ma), 모형(원자 모형 등), 가치, 범례로 구성된 전문분야 행렬을 뜻하며, 좁은 의미에선 오직 범례만을 뜻한다고 말하였다. 다시 내용으로 돌아가서, 결국 패러다임이 출현하게 되고, 패러다임이 확립되면서 전반적인 이론이 받아들여지는 정상과학이 되고, 기존 패러다임으로 설명하기 힘든 이상 현상이 많이 발견되면서 위기가 조성된 후, 기존 패러다임을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이제 책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정상과학의 위기가 오기 전, 위기 상황, 위기 이후로 나눠 서술하겠다. 글의 1장인 ‘정상과학에로의 길’에서는 정상과학과 패러다임의 정의와 패러다임 수용에 따른 변화 등에 대해 서술되어 있다. 다시 한번 책의 내용(1장 속)을 빌려 정상과학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자면, 정상과학은 과거의 하나 이상의 과학적 성취에 단단하게 기반을 둔 연구 활동을 뜻한다. 그리고 패러다임이 없는 연구에서 패러다임에 근거한 연구로 변모하면서, 그 연구 그룹에는 몇 가지 특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째 변화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 분야의 새롭고 보다 확고한 정의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둘째 변화는, 연구 결과를 전달하는 보고서가 보다 간단하고 전문적인 형태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변화는, 패러다임이 있는 분야는 그 연구 결과가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장벽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정상과학의 성격’에서는 정상과학을 사실적 탐구와 이론적 탐구를 나누어서 세 가지 문제 유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우선 사실적 탐구의 세 가지 유형을 살펴보자. 첫째는 패러다임에 의해 사물의 본성을 드러내는 데 특히 중요한 것으로 제시된 사실들의 부류가 된다. 두 번째 부류는 통상적이지만 첫 번째 것보다 작은 규모로서, 흔히 자체로서의 흥미는 대단치 않지만 패러다임 이론으로부터의 예측들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그런 사실들을 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패러다임 이론을 명료화하기 위해서 수행된 경험적인 연구로 이루어 진다고 하였다. 비슷하게, 이론적 탐구의 세 가지 유형은, 단순히 기존 이론을 이용해 고유의 가치를 지닌 사실적 정보를 예측하는 경우, 이론과 사실의 일치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이론을 발전시키는 일, 패러다임 명료화를 위한 이론적 작업이라 설명한다. 이 분류에 대해선 이 책을 읽기 전에 생각해 본 적은 없었으나, 매우 동의하는 바이다. 특히 사실적 탐구와 이론적 탐구를 따로 구분하여 사용하는 방법은 나에게 있어 어떤 논제나 문제를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정리할 때, 중요한 방법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패러다임의 우선성’에서는 위기가 오려고 할 때 패러다임이 우선한다는 내용이다. 쿤은 패러다임이 이상 현상 등에서 보여지는 문제점을 통해 바로 다른 패러다임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기존의 패러다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을 근거를 들어 설명하였다. 그 첫 번째 근거는, 특정한 정상과학 전통을 주도해온 규칙들을 찾아내는 것이 지극히 힘들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과학 교육에서 그 문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개념, 법칙, 이론을 추상적으로 그 자체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당시 기준이 되는 패러다임에 알맞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배우기 때문에 패러다임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문제를 잘 풀어내는 방법에 특화된다. 따라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패러다임이 우선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이론은 자연 현상의 구체적 영역에 대한 적용과 함께 발표되고, 그 이론이 수용되고 나면, 교과서에 이론과 함께 이론이 적용되는 사례가 함께 실린다. 또한, 과정이 이론 자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연습문제를 풀거나 실험 문제를 직접 푸는 과정에서 하나의 이론을 깨우칠 수 있다. 세 번째 근거는 실제로 정상과학이 진행되는 동안 과학자들은 규칙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며, 마지막 근거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큰 범위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범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쿤이 설명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닌 지식의 축적으로 과학이 발전한다는 이론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위기에서 기존의 과학이 주를 이룬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우고,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현상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연히 기존에 알던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그 지식에 이상현상을 맞추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는 것이다. 굳이 과학이나 역사 분야가 아니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우리가 더 잘 알고 잘 믿는 사람을 믿지 새로운 사람을 보고 바로 기존에 우리가 잘 아는 사람보다 믿기란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3장에서는 위기와 과학이론이 바뀌어지는 과정에 대한 서술이 되어 있다. 새로운 이론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패러다임 파괴와 정상과학의 문제 및 해법에 대한 중요한 변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이론의 출현은 대체로 그 전문 분야의 불안정함이 현저해지는 선행 시기를 거치게 된다. 정상과학의 의문점들이 확실하게 풀려지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패러다임이 불안정하게 되는 것이다. 위기를 유발할 수 있는 여러 이유들로 인해, 하나의 변칙현상이 정상과학의 또 다른 퍼즐 이상의 것으로 보이게 될 때에, 위기로 그리고 비정상과학으로의 이행이 시작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과학자들은 신념을 잃기도 하고, 기존의 패러다임이 옳다고 계속 주장하며 이상현상들을 설명하려고 애쓰기도 한다(예-파울리가 하이젠베르크의 논문이 양자론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기 전 친구에게 쓴 편지). 결국 위기는 기존의 정상과학에 의해 해결되거나 혹은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남게 되거나,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대체되는 것으로 위기는 종결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이후의 명료화를 허용하는 충분한 암시는, 때로는 한밤중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서, 위기에 깊숙이 잠겨버린 사람의 마음속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쿤이 각각의 상황에서 많은 예들을 열거해 놓았는데, 너무 예가 많아 책을 참조하는 것으로 하고 생략하도록 하겠다). 발표할 때에도 말했지만, 나는 과학이 정말 끝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어릴 적부터 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 강의를 듣는 자리에서 카이스트 총장님께서 수학은 앞으로 무한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명백한 근거를 들지 못하셨기 때문에 그에 동의 하지 않는다. 수학이든 과학이든 언젠가는 유한한 학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오래된 견해이다. 쿤의 생각이 가장 맞아떨어질 수 있는 과목은 경제학이라고 생각된다. 본인이 거시경제학을 수강하고, 수업을 들을수록 그의 생각이 맞다는 확신이 들고 있다. 거시경제학은 전세계적 경제를 미시의 관점이 아닌 전체적인 관점으로 보는 학문인데, 비교적 나이가 매우 어린 학문이며, 경제 불황 등에 대한 표본이 아직 크지도 않다. 현재까지의 발전 경로를 보면, 우선 한 모델이 존재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경제불황이 닥쳐서 후에 그 모델을 없애고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제시하게 된다. 이렇게 바뀌어진 모델이 경제불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거나 경제의 흐름이 그와 같이 맞아떨어진다면 좀 더 신빙성을 얻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모델로 바뀌어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경제학은 그가 말하는 과학의 발전처럼 진행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확신이 들고 있다.

‘과학혁명의 성격과 필연성’은 앞의 내용을 정리하면서 쿤이 하고 싶은 말을 집중적으로 적어놓은 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과학혁명의 성격과 필연성’에서는 ‘과학혁명’을 다시 정의해 놓았다. 과학혁명이란 보다 옛 패러다임이 양립되지 않는 새 것에 의해서 전반적이거나 부분적으로 대치되는, 누적적이지 않은 발전의 에피소드이다. 여기서 이 과학혁명과 정치혁명에 대한 비교를 통해 보다 알기 쉽게 하였다. 정치혁명은 기존 제도가 주변환경에 의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더 이상 적절히 해결할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지며 시작되고, 과학혁명은 과학적 탐구를 주도했던 기존 패러다임이 자연현상에 대한 다각적인 탐사에서 이제 더 이상은 적절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의식이 증대되면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두 혁명의 유사성 세 가지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우선 두 혁명 모두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기능적 결함을 깨닫는 것이 혁명의 선행조건이며, 따라서 혁명은 위기에 의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또, 혁명은 기존 제도가 금지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구하며, 패러다임이 패러다임 선택에 관한 논쟁에 끼어들게 되면, 패러다임의 역할은 필연적으로 순환성을 띠게 된다. 즉 순환논증을 사용한다는 것으로, (수업시간에 대답해주신 분이 잘 설명해 주셨듯이)국어에서 ‘순환논리의 오류’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새로운 이론은 그것에 선행했던 다른 이론들과 필연적으로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데, 이러한 경우는 예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현상을 다루거나, 에너지 보존법칙처럼 낮은 차원의 이론들의 전체 집합을 별다른 변형 없이 한데 연결시킴으로써 이전에 알려졌던 것들보다 단순히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이론일 수 있다. 이 장에서의 핵심은 ‘과학혁명으로부터 출현하는 정상과학의 전통은 앞서 간 것과는 양립 불가능할(incompatible) 뿐만 아니라, 종종 실제로 공약 불가능한(incommensurable) 것이다’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공약 불가능’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패러다임끼리는 공통된 토대가 없으므로 과학적 실험, 관측, 논리를 통해 이론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서로 다른 두 패러다임이 공존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고, 기존 패러다임의 대체로 새로운 유일한 패러다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인은 이것이 이 장뿐만 아니라 이 책 전체의 핵심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관의 변화로서의 혁명’의 주된 내용은 패러다임의 변화가 과학자들의 ‘세계관’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마치 ‘시각적 게슈탈트’에서의 전환과 같은 현상을 느끼게 한다는 것인데, 즉, 이것은 연구 활동의 ‘세계’를 아예 다른 차원에서 보도록 만들어 버리고, 그가 이제까지 살아왔던 세계와 ‘공약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게 한다. 쿤은 ‘게슈탈트 시각적 전환’과 ‘과학적 관찰’을 대응시켜 설명했지만, 게슈탈트 시각의 전환의 경우는 ‘외적인 기준’이 존재했다면, 과학적 관찰의 경우는 어떠한 외부의 평가 기준이 없으며, 오직 과학자 자신의 눈과 기기를 통해 본 것에만 의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간에 차이가 있다고 하였다. 패러다임의 변화로써, 과학자들의 세계관에 대한 변화의 깨달음은 해석이 아닌 직관으로, 게슈탈트 전환과 같은 비교적 돌발적이고 비구조적인 사건에 의한다는 것이다. 이후로 직관은 여러 경험 부분들을 모아서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경험의 묶음으로 변형시켜 버리고, 이러한 경험들은 기존의 패러다임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에 차츰차츰 연결되고 누적되어 간다. 상을 거꾸로 만드는 렌즈를 넣은 안경을 쓴 피실험자의 사례, 변칙적 카드 실험, 윌리엄 허셜의 천왕성 발견, 전기학과 화학, 역학에서의 사례 등을 통해 주장의 신빙성을 높였다. 이제 ‘혁명의 비가시성’을 보자. 지금까지 혁명을 드러내는 실례를 많이 제시했지만, 이러한 예들은 혁명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과학적 지식을 더해주는 부가물로써 간주되어왔다. 그래서 혁명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과학자나 일반인은 통상 권위 있는 원천으로부터 과학 활동의 이미지를 얻기 때문이다. 권위의 원천은 교과서와 대중 과학 서적, 철학적 저작 이렇게 3가지로 나뉜다. 이 3가지 모두 각각 그 시대에 주류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하여 논의가 진행된다. 즉, 당대의 일반적 주류인 정상과학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그 정상과학이 탄생하기까지의 전후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교과서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교과서는 정상과학의 영속적인 교육적 수단이기 때문에 언어나 문제의 구조 또는 기준 등이 바뀌면 전체적 혹은 부분적으로 다시 쓰여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새롭게 쓰여진 교과서는 필연적으로 과학 혁명의 존재 자체를 담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는 자신의 분야의 역사에 대한 과학자의 감각을 절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다음 단계로 그것들이 제거해버렸던 것을 대체하기 위해 전진한다. 또한 과학자들은 새로운 이론을 가져와 역사를 다시 쓰려는 경향이 강한데, 과학 연구의 결과가 과거의 역사에 대한 의존성이 낮기 때문이다. 즉, 내가 새로 개발하면 그 영광과 명예를 오로지 나에게 돌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교과서가 자주 바뀌게 된 이유로 작용했다. 과학혁명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제 과학혁명으로 불릴만한 이론을 개발한 후배 과학자는 이 공로를 선배 과학자에게 돌리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도 그렇지만, 자신이 한 연구에 대한 결과를 좀 더 보장해 줄 수 있는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견해로, 지금 우리가 배우는 에서의 왓슨보다 프랭클린이 DNA의 구조가 밝혀짐에 더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연구의 방식이나 결과에 대한 저작권의 보호가 더 보장되는 것이 윤리적이고 정당한 일이기 때문이다(물론 아직 책을 다 읽지 않아 정확한 배후는 모르지만 고등학교 선생님들이나 여느 자료들에 따라 왓슨과 크릭이 프랭클린이 발견한 것을 이용하여 논문을 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책의 중요내용을 짚어보았다. 과학혁명의 구조는 20세기 중반 과학적 방법론 논쟁의 역사 속에서 기존에 널리 받아들여진 칼 포퍼의 반증주의에 관한 막대한 위협을 가한 것으로 평가되며 현재까지도 과학적 실재론을 반대하는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문헌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진다. 이러한 과학혁명의 구조의 입장은 곧 논리 경험주의 등 논리학적인 형식에 방점을 둔 전통적인 과학철학적 입장 혹은 과학적 실재론을 지지하는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많은 반발을 낳았다. 예컨대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는 과학혁명의 구조 서평에서 그 내용에 관해 부분적인 공감을 표하면서도 쿤의 핵심적 주장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본인이 비록 과학자도 아니고 과학사 연구자도 아니지만 감히 이 책에 대해 논하자면, 굳이 ‘과학 역사의 발전이 어떻게 되었다’는 것으로 언쟁을 펼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개개인의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 이러한 과정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한다고 해도, 과학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그에 따라 세상은 놀라고,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혁명의 구조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진영은 ‘과학이 사회적인 요소로부터 독립적인 객관적 활동이다’라는 주장을 반대하는 진영이었으며, 이는 곧 과학에 대한 사회 구성주의, 그리고 과학기술사회학에서는 스트롱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과학지식사회학SKK를 낳는 데 기여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선 급기야 포스트모더니즘과 결합하여 종국엔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과 과학전쟁으로 비화되었다. 아울러 과학혁명의 구조는 진영을 막론하고 과학철학에 있어 과학사 연구의 비중이 확대하는 데 기여하였으며, 쿤과 같은 이공계열 전공자들이 과학철학 및 과학사 학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본인은 이 책이 직접 나오는 시기의 상황을 몰라 이 책이 당시의 관점에 반대되는 혁명적인지에 대해서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책의 이름인 에 대한 또 다른 ‘혁명’을 제시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무엇인가를 볼 때 조금 더 비판적이고 다양한 시각을 키울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권유하는 것이라는 어떠한 ‘강한 느낌’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고, 실제로 쿤도 그런 시각에서 과학구조를 바라보고 쓴 글일 것이다. 쿤의 주장이 맞든 그렇지 않든, 결국 중요한 것은 과학은 항상 비판적으로 바라 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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